법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 이광웅 변호사의 법률에세이
이광웅 지음 / JH Press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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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길어진 70대의 나이에 접어들면 세상의 많은 사태들이 이전과는 다른 결로 다가온다. 젊은 시절에는 법과 제도가 사회를 받치는 든든한 대들보이자, 억울한 이를 구하는 정의의 수호자라고 믿었다. 법전의 정교한 조항들이 인간의 삶을 평등하고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 기대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이광웅의 <법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를 펼쳐 들며, 지난 세월 동안 목도했던 수많은 사회적 비극과 개인적 고통들이 다시금 선명한 음영을 띠고 뇌리를 스쳤다. 이 책은 일평생 법의 보호를 당연시하며 살아온 이들의 관성에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가 책 전체를 관통하며 던지는 메시지는 자못 충격적이지만 현실적이다. 법은 결코 만능의 방패가 아니며, 때로는 기득권의 논리를 대변하거나 거대한 권력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오랜 세월 세상을 관찰해 온 노년의 눈으로 볼 때, 이는 단순한 비판이나 회의론이 아닌 우리가 매일 목도하는 서글픈 진실이다. 법은 문자로 적힌 조항에 불과하기에 스스로 숨 쉬거나 스스로 약자의 편에 서지 않는다.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주체는 사람이며, 그 과정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권력 구조, 그리고 인간적 한계가 개입한다. 법이 정의를 보장할 것이라는 신화에만 의존할 때, 보통의 시민들은 가장 무력한 순간에 법의 외면을 받게 된다.

 

책이 짚어내는 법의 한계와 실상은 사회의 수많은 틈새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거대한 법적 분쟁 앞에서 헐벗은 개인들이 느끼는 무력감, 법률 전문 용어라는 장벽 뒤에 숨어버린 책임의 부재, 그리고 결과적으로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는 약자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특히 수십 년간 일궈온 삶의 터전이나 가족의 안전, 한 사람의 존엄이 법적 해석의 한 자락에 따라 흔들리는 현실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법이 현실의 복잡한 삶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법의 진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 책은 절망을 권하기 위해 법의 허점을 파헤치지 않는다. 오히려 법이라는 제도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스스로를 지키고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자각을 촉구한다. 70대의 삶을 돌이켜보면,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단지 조문으로 적힌 법뿐만이 아니었다. 법 이전에 존재하는 이웃 간의 신뢰, 도덕적 자율성,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공동체적 연대가 삶의 진짜 울타리였다. 법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그 그늘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결국 인간을 향한 온기와 성찰이다.

 

<법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법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을 거두고, 시민으로서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깊은 화두를 던진다. 법을 아예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법의 한계를 직시하되, 그 법이 본래의 목적대로 작동하도록 끊임없이 감시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의 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지혜를 얻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은 청년들에게는 세상을 보는 냉철한 시각을, 노년의 독자에게는 지나온 삶과 사회의 구조를 되돌아보는 깊은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은 단순한 법적 권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서로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묵직하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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