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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냐고 묻는 그리스도인에게 - 신앙을 일깨우는 글의 힘
조명신 지음 / 샘솟는기쁨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일흔을 넘기고 나니 세상의 많은 일이 덧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 안에 쌓인 수많은 기억과 생각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인생의 의미를 반추하고, 내가 속한 공동체와 이웃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들을 글로 옮기는 작업은 이제 내 삶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그러던 중 마주한 조명신 목사의 <왜 쓰냐고 묻는 그리스도인에게>는 단순히 ‘글쓰기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왜 우리가 이 나이에도, 그리고 이 시대에도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하는지 그 영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를 일깨워주는 묵직한 이정표였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의 글쓰기를 ‘신앙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자 ‘하나님과의 깊은 대화’로 정의한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졌다. 오랜 세월 교회를 출석하고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막상 내 신앙의 깊이와 삶의 질곡 속에서 만난 하나님의 은혜를 온전히 기록해 둔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저자의 말대로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에 머물러 있는 추상적인 믿음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끄집어내는 작업이다. 그것은 나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성찰의 시간이며, 내 삶에 간섭하셨던 신의 손길을 확증하는 거룩한 노동이다.

특히 책에서 강조하는 ‘일상의 기록’에 대한 부분은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젊은 시절에는 거창하고 대단한 업적이나 지식을 남겨야만 가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 속에서 신앙적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역설한다. 텃밭을 가꾸며 느끼는 생명의 신비, 이웃과 나누는 작은 정, 나이 들어감에 따라 겪는 육체의 쇠락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영적인 성숙 등 우리 삶의 모든 조각이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큰 위로가 되었다. 노년의 일상은 결코 멈추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오랜 세월 축적된 지혜가 일상의 작은 순간마다 빛을 발하는 황금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글쓰기가 개인의 묵상에 머무르지 않고, 타인과 소통하며 공동체를 세우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내가 속한 지역 사회와 이웃들을 떠올렸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세대 간의 단절과 갈등, 이기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삭막한 세상 속에서 노년의 기독교 문해자가 담담하게 써 내려간 삶의 성찰과 따뜻한 시선은,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공동체의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조용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법과 절차, 효율성만 강조되는 세상에 온기와 배려가 담긴 문장으로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늙은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이자 사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글을 쓰고 싶지만 망설이는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건네면서도, 동시에 날카로운 통찰을 잃지 않는다. 현란한 수식어나 자기를 과시하기 위한 글쓰기를 경계하고, 오직 진실함과 겸손함으로 독자 앞에 서야 함을 강조한다.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의를 드러내거나 타인을 훈계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 저자의 매서운 권면은 내 글쓰기 태도를 잡아주는 좋은 경종이 되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황혼녘에 서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책장을 덮으며, 다시금 펜을 쥐는 손에 힘을 주게 된다. 내가 살아낸 세월의 무게만큼, 그리고 내 안에 흐르는 신앙의 깊이만큼 성실하게 기록해 나갈 것이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정직하고 따뜻한 글로 내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 그리하여 다음 세대와 이웃들에게 작은 징검다리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왜 쓰냐’고 묻는 이 세상에 내가 삶으로 던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대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