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피로사회 - 몸과 싸우지 않기로 했다
해준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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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가 되고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결 느긋해짐을 느낀다. 평생을 앞만 보고 달렸고, 열심히 사는 것만이 덕목이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을 들여다보면 다들 무언가에 쫓기듯 가빠 보인다.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챙겨 먹고, 몸매를 가꾸고, 건강 검진 수치에 일희일비하면서 정작 얼굴에는 피로와 불안이 가득하다. 해준 작가의 <건강 피로 사회>는 바로 이 기이한 풍경의 정곡을 찌르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운동을 하라거나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라는 상투적인 건강 지침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건강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어떻게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지, 그 역설적인 구조를 서늘하고도 명쾌하게 분석해 낸다. 현대인은 건강해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노력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와 피로가 되어 돌아온다는 저자의 진단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노년의 시선에서 돌아보면, 건강이란 무병장수나 완벽한 신체 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주어진 한계를 받아들이며,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여유에서 나온다. 하지만 오늘날의 매체와 산업은 사람들에게 끝없는 불안을 주입한다. 조금만 피곤해도 병이라도 걸린 듯 조바심을 내게 만들고, 끊임없이 새로운 건강법과 건강기능식품을 소비하도록 부추긴다. 저자는 이를 건강 강박이 불러온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규정한다. 강박에 짓눌린 건강관리는 몸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강도를 약화시키고 끝없는 피로감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지나온 날들과 주변의 이웃들을 떠올려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여기저기가 고장 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노화와 불완전함을 죄악시하며, 이를 극복해야 할 제압의 대상으로 여긴다. 신체 수치 하나에 안절부절못하며 스스로를 가두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다. 저자 역시 수치화된 건강 지표에 집착하기보다, 내 삶의 맥락 속에서 몸의 신호를 이해하는 지혜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진정한 건강은 완벽한 신체를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불완전함과 화해하고 그것을 품어 안는 태도에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개인의 건강 문제를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해 바라본다는 점이다. 쉬지 않고 성과를 내야만 인정받는 경쟁 사회, 타인과의 비교를 그치지 않는 환경 속에서 현대인의 피로는 필연적이다. 사회가 만들어낸 피로의 굴레를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관리 소홀로 돌리며 다시 건강관리에 매달리게 만드는 악순환. 저자는 이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건강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잘 쉬는 법을 잊어버린 시대, 쉬면서도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휴식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삶의 후반전에 들어선 이들에게, 그리고 매일의 피로에 지쳐있는 젊은 세대에게 이 책은 고요하지만 강력한 경종을 울린다. 건강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제도, 완수해야 할 목표도 아니다. 그것은 내가 오늘 하루를 얼마나 평온하게, 그리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에 달린 삶의 태도다.

책장을 덮으며 깊은 숨을 내쉬어본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몸에 약간의 통증이 남아있어도 상관없다. 완벽한 건강이라는 허상을 좇느라 정작 삶의 다채로운 기쁨을 놓치고 있다면, 잠시 멈추어 서서 이 책이 건네는 조언에 귀를 기울여볼 일이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내려놓고, 나 자신의 호흡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피로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장 건강한 삶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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