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사라진 세상 - 인공지능은 인간의 쓸모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이진우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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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진우 교수의 <일이 사라진 세상>은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노동이라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 흔들리는 현상을 깊이 있게 파헤친 책이다. 평생을 일과 사회적 책무 속에서 살아온 70대의 시선으로 이 책을 펼쳐 들었을 때, 다가오는 감회는 단순히 미래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나 두려움을 넘어선다. 그것은 삶의 본질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 세대에게 이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일은 곧 자신의 정체성이었고, 가족을 부양하는 자부심이었으며,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 그 자체였다. 일터에서의 고단함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았고, 땀 흘려 일한 대가로 얻는 결실이 인생의 가장 큰 훈장이었다. 그러나 이 책이 경고하듯,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육체적 노동을 대체하고 일이 사라지는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사회를 지탱하던 이 오래된 가치관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저자는 일이 사라진 시대가 가져올 사회적, 철학적 변혁을 침착하게 짚어낸다. 노동이 사라진 자리에 생길 거대한 시간의 공백, 그리고 그 공백이 가져올 인간성 상실과 정체성의 혼란을 경고한다. 젊은 시절 사회적 야망이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쉼 없이 달음질쳐 온 이들에게 일의 종말은 마치 목적지를 잃어버린 막막함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실제로 은퇴 후 일손을 놓은 많은 이들이 삶의 방향을 잃고 휘청이는 모습을 쉽게 목도할 수 있다. 이는 일이 사라진 미래 사회가 직면할 모습의 전조이기도 하다.

 

그러나 70대의 지혜로 이 책을 다시금 되짚어보면, 일의 소멸이 곧 삶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우리에게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재정의 하라고 촉구한다. 강요된 목적이나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서의 일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마침내 스스로 선택한 순수한 여정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마치 은퇴 후 아무런 목적이나 사회적 야망 없이 떠나는 호젓한 여행처럼, 혹은 아무런 굴레 없이 좋아하는 책장을 천천히 넘어가는 노년의 독서처럼 말이다. 가고 싶으면 천천히 걷고, 멈추고 싶으면 어디든 자리를 잡고 앉아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것이야말로 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이자 삶의 황금기라 부를 만한 순간이다.

 

<일이 사라진 세상>이 주는 참된 교훈은 기술 발전이 가져올 재앙을 두려워하라는 데 있지 않다. 일이 삶의 전부였던 시대를 지나온 우리 세대가, 다가올 미래 세대에게 일 너머의 삶에 대한 지혜를 전해주어야 한다는 데 있다. 일이라는 목적성이 사라진 자리에도 여전히 존엄한 삶이, 타인과의 따뜻한 연결이, 그리고 순수한 창조적 기쁨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먼 길을 먼저 걸어온 노년의 역할일 것이다.

 

결국 이 책은 미래 기술에 대한 예측서이자, 역설적이게도 가장 인간적인 삶의 자세를 묻는 철학서다. 일이 사라지는 두려움 속에서도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지, 책은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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