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쓰는 AI만 멍청해 보일까? - 같은 AI를 써도 결과가 달라지는 진짜 이유
이한빛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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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의 변화에 둔감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변화의 본질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는 뜻일 것이다. 요즘 세상은 온통 인공지능(AI) 이야기로 시끄럽다. 텔레비전을 켜도, 신문을 펼쳐도 AI가 세상을 바꾼다고 난리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컴퓨터가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지만, 이번 AI 열풍은 유독 사람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젊은이들은 AI 덕분에 업무 속도가 몇 배는 빨라졌다고 환호하는데, 막상 내가 호기심에 몇 마디 말을 걸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겉핥기식이고 엉뚱하기 짝이 없었다. ‘거대 언어 모델이니 뭐니 해도 결국 속 빈 강정이구나싶어 내심 실망하던 차에 이한빛의 <왜 내가 쓰는 AI만 멍청해 보일까?>라는 책을 만났다. 제목부터 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저자는 책에서 뼈아픈 지적을 던진다. AI가 멍청한 답변을 내놓는 이유는 그 기계의 성능이 떨어져서도 아니고, 사용자가 타고난 질문 센스가 없어서도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정작 사람이 자신의 상태와 조건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정답만을 요구해온 태도에 있다고 말한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뜨끔했다. 기계가 알아서 내 마음을 읽어주길 바랐던 내 오만함과 조급함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였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상대방에게 내 사정과 맥락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알아서 해달라고 하면 반드시 오해가 생기고 어긋나기 마련이다. 평생을 살아오며 이웃과, 동료와, 가족과 겪었던 수많은 갈등이 결국 내 안의 기준을 상대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되지 않았던가. 저자는 AI와의 대화 역시 이와 똑같은 소통의 원리가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AI에게 보고서처럼 써줘라고 말할 때, 내 머릿속의 보고서AI가 학습한 보고서의 기준은 전혀 다르다. 내가 처한 상황, 내가 원하는 분량, 내가 지향하는 목적을 명확히 설계하고 설명해 주지 않으면 AI는 그저 세상의 수많은 평균 데이터중 하나를 뱉어낼 뿐이다.

 

이 책은 시중에 흔히 널린 프롬프트 명령어 몇 개로 AI 다루기같은 얕은 기술을 가르쳐주는 매뉴얼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구조화하여 상대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결국 AI를 똑똑하게 쓰는 사람들은 명령어를 잘 외운 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와 가치관, 그리고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꿰뚫고 있는 이들이다. 내가 명확해져야 기계도 명확해진다는 진리는, 첨단 기술의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사유 능력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노년에 접어들어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늘 경계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내 생각에 갇혀 타인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거나, 세상을 내 기준대로만 재단하는 고집이다. 이 책을 덮으며 기계와의 대화법을 배웠다기보다는, 내가 타인에게 얼마나 불친절한 설명가였는지를 반성하게 되었다. “질문이 똑똑해야 대답도 똑똑하다는 말은 비단 AI에게만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관계와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 어렵다고 한탄하기 전에, 내가 나의 맥락을 제대로 설명했는지 먼저 돌아볼 일이다.

 

새로운 기술 앞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AI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주저하는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기계는 인간을 대체하는 괴물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거울일 뿐이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질문의 품격을 돌아보게 만드는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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