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신화 일본 - 숨길 수 없는 전쟁본능
호사카 유지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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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0대의 노년에 접어들어 세상을 바라보면, 젊은 시절 치열하게 겪어냈던 역사의 격동기가 결코 과거의 일만은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해방 이후 한일 관계의 굴곡을 몸소 지켜보며 살아온 세대로서, 최근 들어 일본의 우경화 행보는 단순한 외교적 갈등을 넘어 깊은 우려를 자아내게 만든다. 과연 그들은 왜 과거의 과오를 부인하고, 왜 끊임없이 군사대국화를 꿈꾸는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의 역사와 독도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쳐 온 호사카 유지 교수의 <극우의 신화 일본>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본질적이고도 서늘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이 책은 단순히 일본이라는 국가 전체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감정적인 반일 서적이 아니다. 저자는 평생을 바쳐 연구해 온 방대한 사료와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현재 일본 정치를 막후에서 움직이는 극우 세력의 실체와 그들이 만들어낸 정교한 신화의 정체를 낱낱이 해부한다. 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핵심은 일본 극우의 뿌리가 정한론(征韓論)과 천황 중심의 군국주의, 그리고 이를 계승한 일본회의라는 거대 조직에 닿아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패전의 열등감을 씻어내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자신들이 만든 허구의 신화를 국민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가장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경각심이 들었던 부분은, 그들이 역사를 지우는 방식의 치밀함이었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등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지우기 위해 그들이 동원하는 논리와 국제사회를 향한 로비 전략은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집요하다. 70 평생 동안 우리가 겪은 역사의 아픔이 그들의 세련된 외교 수사와 자본의 힘 앞에 너무나 쉽게 논란의 영역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마주할 때는 분노를 넘어 서글픔마저 느꼈다. 저자는 이러한 극우의 논리가 어떻게 일본 대중에게 스며들고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지를 침착하고 객관적인 어조로 증명해 낸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한일 관계의 미래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이다. 한국으로 귀화한 일본계 한국인이라는 독특한 위치 덕분인지, 그의 글에는 두 나라를 향한 깊은 고뇌가 묻어난다. 그는 일본 극우의 위험성을 엄중히 경고하면서도, 우리가 감정적 민족주의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저자가 강조하듯, 그들을 이기는 방법은 똑같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논리와 팩트로 무장하는 것이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자료 수집만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유일한 길임을 이 책은 다시금 일깨워 준다.

 

인생의 황혼기에 서서 돌아보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은 결코 진부한 격언이 아니다. 우리가 눈을 감고 귀를 닫는 순간, 과거의 비극은 언제든 다른 형태로 되풀이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 노년층에게도 새로운 소명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내며 역사의 증인으로 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젊은 세대들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올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부터가 먼저 이웃 나라의 이면에 도사린 진실을 정확히 알고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 책 <극우의 신화 일본>은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밀려오는 책임감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냉혹함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기에 더욱 가치 있는 독서였다. 나이가 들어 시력은 흐려졌을지언정, 세상을 보고 시대를 분별하는 지혜의 눈만큼은 흐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한일 관계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다가올 미래를 지혜롭게 준비하고자 하는 동년배들과, 이 땅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진정한 평화는 상대의 실체를 정확히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 책은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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