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작가가 되다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 어느덧 사회의 중심보다는 관조의 자리에 앉아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때로는 행정적 부조리에 맞서 주민들의 권익을 대변하느라 분주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나라는 사람은 어떤 궤적을 그리며 이 시대를 살아왔는가에 대한 기록의 갈증이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마주한 황준연의 <하루 1시간, 작가가 되다>는 단순히 글쓰기 기술을 전수하는 지침서를 넘어, 남은 생을 어떻게 정리하고 의미 있게 채워갈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인 해답을 제시해주었다.

 

저자는 하루 1시간이라는 짧지만 집중된 시간을 통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젊은 시절 바쁜 일상에 치여 내면의 목소리를 돌보지 못했던 우리 세대에게, 이 제안은 매우 매력적이다. 글쓰기는 단순히 책을 출판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객관화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고귀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꾸준함의 미학은 칠순을 맞이한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공동체의 책임자로서, 혹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수많은 문서를 작성하고 보고를 올리며 살았다. 하지만 그것은 타의에 의한 기록이었지,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글은 아니었다. 저자는 거창한 문학적 재능이나 화려한 미사여구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내 삶의 편린들을 활자로 옮기라고 말한다. 일흔의 나이에 비로소 라는 주어를 앞세워 글을 써 내려가는 행위는, 어쩌면 인생 후반기에 맞이하는 가장 평화롭고 생산적인 혁명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조용한 평창드림힐빌리지에서 마주했던 고요한 아침들이 떠올랐다. 새벽의 공기를 마시며 묵묵히 생각에 잠기던 그 시간들이, 글쓰기를 위한 최고의 준비 기간이었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글쓰기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이자, 지나온 삶의 굴곡을 다독이는 치유의 과정임을 알려준다. 칠순의 삶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매일의 기록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어가는 과정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했다.

 

물론, 글쓰기를 시작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맞춤법이나 문장의 구성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완벽함을 버리고 지금, 여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써 내려가는 것이야말로 작가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다독인다. 우리 세대가 겪어온 격동의 현대사와 그 안에서 맺어온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지금 내가 당면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고민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다음 세대를 위한 작은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 1시간, 작가가 되다>는 내게 새로운 목표를 심어주었다. 매일 단 한 시간이라도 온전히 나의 언어로 하루를 갈무리하는 것. 주민들의 대소사를 살피고 법적인 분쟁을 해결하며 느꼈던 무거운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삶의 통찰을 글로 엮어내는 일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다짐했다. 거창한 회고록이 아니어도 좋다. 매일 쌓이는 단어들이 모여 훗날 나의 인생을 증명하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글쓰기는 나이를 잊게 한다. 사유의 깊이를 더하고, 칠순의 일상을 더욱 선명하게 빛나게 한다. 황준연 저자가 안내하는 이 길을 따라, 나는 이제 독자를 넘어 작가로서의 삶을 준비해보려 한다. 인생의 노을이 지는 저편에서, 나의 기록이 따스한 빛으로 남아있기를 소망하면서. 오늘도 나는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든다. 하루 1시간,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