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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로 다시 태어났다
박일섭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박일섭 저자의 <나는 공부로 다시 태어났다>를 덮으며,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동질감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나이 일흔을 넘기면 세상은 은연중에 우리에게 ‘정리’와 ‘마무리’를 요구한다. 평생을 일궈온 일터에서 내려오고, 사회적 관계망이 좁아지며, 몸의 이곳저곳에서 삐걱거리는 신호가 올 때, 많은 이들은 삶의 속도를 줄이고 과거를 반추하는 일에 안주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백세 시대라는 막연한 축복의 구호 속에서 방황하는 노년들에게 전혀 다른 길을 제시한다. 바로 ‘공부’라는 가장 뜨겁고도 고요한 혁명이다.

저자는 나이 들어 하는 공부가 젊은 날의 공부와 어떻게 다른지 명확히 짚어낸다. 젊은 시절의 공부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고, 간판을 따기 위한 경쟁이었으며, 사회적 신분 상승의 도구였다. 늘 불안했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일흔의 문턱에서 마주하는 공부는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사치이자 특권이다. 시험의 압박도, 취업의 초조함도 없다. 오롯이 앎 그 자체의 기쁨을 누리고, 어제보다 조금 더 지혜로운 내가 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저자가 말하는 ‘다시 태어났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이 규정한 노년의 삶을 거부하고,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나의 영혼을 새롭게 리모델링했다는 선언이다.

“젊은 날의 공부가 세상에 나를 맞추는 과정이었다면, 노년의 공부는 비로소 세상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지혜의 과정이다.”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가 퇴화하고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생물학적 사실에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저자의 경험담처럼, 노년의 공부는 속도가 아니라 깊이로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젊은이들이 가지지 못한 강력한 무기가 있다. 바로 수십 년간 겹겹이 쌓아온 ‘인생의 경험’과 ‘맥락을 짚는 안목’이다. 책 속의 활자들은 단순히 머리로 고여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풍파와 만나며 입체적인 깨달음으로 확산된다. 젊은 시절에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고전의 문장들이, 은퇴 후 삶의 여유 속에서 읽을 때 비로소 가슴을 울리는 숯불 같은 온기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위로는 공부가 거창한 학문적 성취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 신문을 정독하며 사회적 이슈에 대해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책을 찾아 읽고 짧은 감상을 남기는 것, 새로운 기술이나 언어를 조금씩 익혀나가는 것 모두가 훌륭한 공부다. 이러한 행위들은 은퇴 후 자칫 빠지기 쉬운 무기력과 고독감으로부터 우리를 단단하게 지켜준다. 뇌를 계속해서 자극하고 세상과 끊임없이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 속에서, 노년은 ‘부양받아야 할 쇠락한 계층’이 아니라 ‘지혜를 나누어줄 수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나게 된다.

결국 <나는 공부로 다시 태어났다>는 인생의 하프타임을 지나 종착지를 향해 가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격려사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상실의 연속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의 온갖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기회다. 저자가 활기차게 열어젖힌 공부의 문을 보며, 나 역시 남은 생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낀다.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고 책장을 넘기는 이 순간, 내 영혼은 늙지 않고 여전히 푸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매일 새로 태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