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 - 107세 철학자와 함께하는 특별한 인문학 여정
김형석 지음 / 위더북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0대의 황혼기에 접어들고 보니, 세상의 변화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매일 실감한다. 인공지능이니, 챗GPT니 하는 말들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손주 녀석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내가 이해하기 힘든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나 같은 노년층은 점점 더 소외되는 기분이 들었고, 과연 인간이 기계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인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 백 세를 넘긴 김형석 교수의 신작 <AI 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라는 책 제목을 보았다. 한 세기를 살아온 대선배 철학자라면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그리고 우리처럼 나이 든 이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해답을 얻고 싶어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노트를 적어두고 마음속에 새긴 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AI는 놀랍도록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역사적 맥락과 인간 사회의 정신적 가치, 창조적 생명력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p.142)

이 문장은 나에게 큰 위로이자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흔히 지식의 양이나 계산 속도에서 AI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곤 한다. 실제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몇 초 만에 찾아낼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김형석 교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인문학의 진짜 역할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AI가 아무리 정확하고 빠른 정답을 찾아낸다 한들,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 삶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70 평생을 살아오며 얻은 삶의 지혜와 경험,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은 결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임을 이 문장을 통해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깨달은 핵심은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인문학적 정신이 더욱 절실해진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백 년의 삶을 복기하며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도덕적 가치와 이성, 그리고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이 변화하는 세상에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가벼운 우울감이 찾아오곤 했는데, 책을 덮으며 나의 오랜 경험과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거대한 인문학적 자산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기계가 채울 수 없는 따뜻한 인간성과 윤리적 책임감을 지키는 것이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는 깨달음도 함께 찾아왔다.

이 책은 나와 같은 70대 이상의 시니어 세대, 그리고 새로운 기술 변화 앞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2030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우선 동년배들에게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노년의 삶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지혜를 재발견하는 계기를 줄 것이다. 기계와 경쟁하려 하지 말고, 우리가 가진 인간다움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노년의 진짜 품격임을 알게 해준다.
반대로 청년들에게는 속도와 효율성만을 쫓느라 정작 중요한 ‘삶의 목적지’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돕는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백 세 철학자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통해, 기술을 다스리는 인간의 정신이 얼마나 위대한지 배우기를 바란다. 결국 AI 시대의 주인공은 기계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인간 자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