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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의 기술예보 -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선점하는 넥스트 AI 테크 트렌드
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의 속도와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에 쥔 스마트폰의 기능도 다 익히기 전에 세상은 인공지능(AI)이니 블록체인이니 하는 낯선 언어들로 무섭게 앞서 나간다. 때로는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노년의 자리가 점차 지워지는 것 같아 쓸쓸한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중 펼쳐든 박정호 교수의 <박정호의 기술예보>는 단순히 젊은이들의 투자 지침서가 아니었다. 나처럼 황혼기를 지나는 이들에게도 다가올 세상을 이해하고, 자식과 손주 세대가 살아갈 내일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친절한 안내서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블록체인, 로봇, 스마트시티, 에너지, 우주라는 다섯 가지 축을 통해 앞으로의 10년을 예보한다. 경제학자 특유의 치밀한 시선이 담겨 있지만, 글의 결과 호흡이 무척 다정하고 쉬워 70대의 나이에도 큰 부담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기술이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거대한 문명을 이룬다는 통찰이었다. 챗GPT 같은 AI가 제대로 돌기 위해선 엄청난 전력과 에너지망이 필요하고, 로봇이 움직이기 위해선 공간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설명은 복잡하게 얽힌 현대 사회의 퍼즐을 맞춰주는 기분이었다.

그중에서도 로봇과 스마트시티에 관한 이야기는 노년의 삶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더욱 몰입이 되었다. ‘피지컬 AI’나 휴머노이동 로봇, 그리고 스마트글래스 같은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단순히 노동의 대체에 그치지 않는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일상을 돕고, 저하된 신체 능력을 보완하는 ‘인간 증강’의 시대로 연결된다는 대목에서는 깊은 안도감이 들었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외당하기 쉬운 이들을 보듬는 따뜻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에너지를 둘러싼 전력 패권과 우주 산업의 이야기는 과거 우리가 겪었던 치열한 생존의 역사를 떠올리게 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던 나라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던 우리 세대의 기억 위로, 이제는 데이터센터와 AI를 움직이기 위한 원자력과 전력망 확보가 새로운 국가 안보이자 패권 경쟁이 되었다는 사실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미래의 부가 기술 위로 흐른다는 저자의 말은, 과거 우리가 땀 흘려 가치를 만들어냈던 방식이 이제는 기술과 자본의 융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덮으며 깨달은 것은, 70대라고 해서 미래 기술에 담을 쌓고 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직접 인공지능을 개발하거나 우주 산업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방향을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노년의 삶은 한층 풍요로워질 수 있다. 자식들이 왜 특정 산업에 열광하는지 이해하고, 손주들이 살아갈 미래의 도시를 함께 상상하며 대화할 수 있는 조부모가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어른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박정호의 기술예보>는 급변하는 세상 앞에 주저앉고 싶던 나에게 신선한 자극과 용기를 주었다.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거대한 흐름을 관조하고 이해하려는 태도야말로 노년의 품격을 지키는 길이다. 다가올 미래의 날씨를 미리 알려준 이 고마운 예보서 덕분에, 내일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층 깊고 따스해졌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시대를 걸어온 실버 세대 동년배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