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페르소나 마케팅 레볼루션
조수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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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면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는 일 자체가 하나의 과제가 된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 용어들은 노년의 일상에 잔잔한 소외감을 안기곤 한다. 인공지능(AI)이니 마케팅이니 하는 단어들도 마찬가지다. 내게 마케팅이란 그저 동네 시장 골목에서 손님을 끌기 위해 에누리를 해주고 덤을 얹어주던 해묵은 기억에 가깝다. 그런데 컴퓨터가 사람의 마음을 읽고 물건을 파는 시대라니, 도무지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조수호의 <AI 레볼루션 마케팅 페르소나>을 손에 쥐었을 때도, 솔직히 최신 유행을 따라가 보겠다는 노년의 객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마주한 것은 뜻밖에도 차가운 기계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향한 집요하고도 따뜻한 시선이었다. 저자는 수많은 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데이터를 수집하고도 실패하는 이유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그들은 화면 너머의 사람을 본 것이 아니라, 숫자로 잘게 쪼개진 데이터 조각만을 쫓았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마케팅은 기술의 정교함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입체적 이해에서 출발한다는 저자의 지론은, 평생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사람을 겪어온 내 눈에도 무척 타당하게 읽혔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은 물건이 귀해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이 인간을 대신해 취향을 분석하고 소비를 결정하는 시대다. 기술이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지워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늘 있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그 역설을 파고든다는 데 있다. 저자는 AI가 지배하는 서늘한 디지털 시대일수록, 오히려 실제 인간의 가치관과 숨겨진 욕망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페르소나중심의 인문학적 접근이 핵심이 된다고 말한다. 결국 첨단 기술의 종착지 또한 인간의 마음을 두드리는 일이라는 설명에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2,500년 인문학적 역사 속에서 페르소나의 개념을 길어 올리고,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맥락에 따라 개인화 전략을 다르게 짜야 한다고 분석한 부분이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바라볼 때 단편적인 행동 하나로 재단하기보다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과 배경을 살피게 되는데, 저자가 말하는 AI 시대의 시장 관찰법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장사의 기술을 넘어 사람을 이해하는 훌륭한 인문학적 렌즈를 발견한 셈이다.

 

이 책은 전쟁 같은 시장의 최전선에서 발을 구르는 젊은 기획자나 사업가들에게는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정교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직에서 물러나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우리 세대에게도 이 책은 충분한 지적 포만감을 준다.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명징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인간 존중이라는 본질은 결코 대체될 수 없다는 위안을 건네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으며 생각한다. 기술은 매일같이 변하지만, 그 기술을 움직이는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노년의 동년배들에게는 세상의 흐름을 읽는 유용한 돋보기가, 기술의 속도에 치여 정작 사람을 놓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잠시 멈추어 설 수 있는 거울이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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