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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냄새 지우기 - AI를 쓸수록 내 사유가 더 강해지는 법 ㅣ AI 스파링 시리즈
벤진 리드 지음 / 자이언톡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이 참 빠르게도 변한다. 길거리의 간판부터 은행 업무, 이제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영역까지 인공지능(AI)이 들어앉았다. 70년 가까이 살아오며 무수한 기술의 탄생과 소멸을 보았지만, 최근의 이른바 ‘생성형 AI’ 열풍은 그 속도와 파급력에서 유독 낯설고 무섭게 다가온다. 젊은이들은 AI를 활용해 몇 초 만에 그럴듯한 보고서를 뚝딱 만들어내고, 시를 쓰고, 기획안을 짠다고 난리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곤 했다. 매끄럽고 흠잡을 데는 없는데, 도무지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무색무취의 글들. 벤진 리드의 <AI 냄새 지우기>는 바로 그 허전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내는 책이다.
저자는 AI가 만들어낸 매끄럽지만 평면적인 결과물에서 나는 특유의 흔적을 ‘AI 냄새’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그 냄새의 원인이 기술의 한계나 문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사유 부족’에 있다고 단언한다.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 과정에서 인간의 치열한 문제의식, 우선순위, 가치 판단,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빠져 버렸기 때문에 그런 설익은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마음에 와 닿았던 이유는 무조건적인 기술 만능주의를 부추기지도, 그렇다고 시대를 역행해 AI를 멀리하라고 으름장을 놓지도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히려 AI를 더 깊이 있고 제대로 쓰기 위해 인간이 끝까지 붙들어야 할 사유의 끈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설명한다. 특히 단편적인 지식을 빠르게 얻어내는 ‘검색형 사용’과 나의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탐구형 사용’의 구분, 그리고 AI가 짜놓은 틀에 갇히는 ‘AI 의존형 사유’와 AI를 파트너 삼아 내 판단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AI 증폭형 사유’의 대비는 무척이나 정곡을 찌른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맥락과 관점을 갖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노년의 지혜야말로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책에서 강조하는 맥락 설정, 문제 정의, 관점 전환, 해상도 조절 같은 사고 기술들은 결국 ‘인간이 얼마나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기계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조합할 수는 있지만, 우리네 삶의 궤적이 만들어낸 고유한 문제의식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까지 흉내 낼 수는 없다.

결국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AI라는 거울을 통해 내 생각을 끊임없이 흔들고, 질문하고, 다시 구성하는 ‘멀티턴(다회차 대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롬프트(명령어) 요령을 익히는 기술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인정하고, 어떤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지 스스로 증명해 내는 고도의 정신 활동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빠르게 가는 것보다 바르게 가는 것이, 그리고 남의 생각을 흉내 내는 것보다 서툴더라도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기계가 인간의 글쓰기와 사유를 대신해 주는 시대라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진짜 인간의 냄새’가 나는 사유의 가치는 더욱 귀해졌다. <AI 냄새 지우기>는 첨단 기술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사유의 깊이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묵직한 지침서다. 새로운 기술 앞에서 주춤거리는 동년배들에게는 용기를, 속도에만 치우치는 젊은이들에게는 성찰의 계기를 주는 책이다. 기계의 속도에 인간의 깊이를 더할 때, 비로소 시대의 냄새가 아닌 인간의 향기가 남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