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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만만하게 보지 않는 대화법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황정원 옮김 / 포텐업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의 고개를 넘고 보니 세상만사 다 부질없다 싶다가도, 여전히 사람 관계만큼은 뜻대로 안 되어 마음을 앓는다. 나이 들면 주위 사람들과 허물없이 허허실실 지내면 그만일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랜 세월 가깝게 지내온 이가 은근히 나를 아래로 내려다보거나, 내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고 이용하려 들 때의 씁쓸함은 나이가 들어도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노년의 초입에 서서 그런 배신감이나 소외감을 마주하면, 젊은 날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깊고 오래가기도 한다.
나이토 요시히토의 <아무도 만만하게 보지 않는 대화법>은 이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고 만만한 대접에 속앓이를 하는 이들에게 아주 요긴하고 실용적인 처방전을 건넨다.

이 책에서 가장 가슴을 친 대목은 가까운 사람에게 이용당하거나 배신당했을 때 “너 나한테 왜 그랬어?”라는 질문을 절대 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서운한 일을 당했을 때,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 진심을 왜 몰라주느냐고 따지고 싶었고, 상대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변명이라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질문이 결국 내 감정의 해석권을 상대에게 통째로 넘겨주는 꼴이라고 단호하게 지적한다. 상대에게 구걸하듯 해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내 결정을 단호하게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절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관계의 주도권을 내 손에 쥐고 있어야만 만만한 사람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삶의 이치를 이 나이가 되어서야 다시금 뼈저리게 깨닫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진중함과 실용성의 균형에 있다. 저자의 조언은 결코 허황되거나 무겁지 않으며, 그렇다고 가볍게 흘려버릴 만큼 얕지도 않다. 당장 내일 아침 동네 사랑방이나 모임에 나가서 바로 써먹을 수 있을 만큼 생생하고 현실적인 문장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저자가 심리학자답게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진행한 심리 실험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어, 글을 읽는 내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나이 든 이들의 경험칙에만 의존하는 훈수가 아니라, 과학적인 데이터가 받쳐주니 글의 신뢰도가 한층 더 높아진다.

특히 만만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대목은 마음에 큰 위안을 준다. 우리는 흔히 강해져야 한다거나 모질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심리만 잘 파악해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저 표정이나 말투를 살짝 바꾸고, 제스처를 조금 다르게 취하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력이 딸리고 성격을 바꾸기도 쉽지 않은데, 이처럼 사소한 태도의 변화만으로 나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나이 일흔이 넘었다고 해서 모두가 어른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년이라는 이유로, 혹은 유순하다는 이유로 은근히 무시당하거나 만만한 상대로 치부되기 십상인 세상이다. 이 책은 노년의 품위를 지키면서도 타인에게 부당하게 휘둘리지 않는 영리한 대화의 기술을 알려준다. 내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는 무례한 이들에게 점잖으면서도 단호하게 선을 긋는 법, 그것이야말로 남은 여생을 존엄하고 평온하게 보내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할 지혜다. 인간관계의 피로감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듯, 타인의 심리를 읽고 내 태도를 조금만 가다듬으면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