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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버스 - 20주년 기념 특별판
존 고든 지음, 유영만.이수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아진 70대의 길목에서, 우리는 흔히 인생의 운전대를 내려놓았다고 착각하기 쉽다. 자식들은 품을 떠났고, 평생을 바쳤던 일터에서는 물러났으며, 사회적 역할은 점점 줄어든다. 이제는 그저 남이 운전하는 버스의 뒷자리에 앉아,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덤덤하게 바라보는 것이 노년의 미덕이라 여기곤 한다. 하지만 존 고든의 비즈니스 우화 <에너지 버스>를 읽으며, 가슴 한구석에서 잊고 있던 뜨거운 진동이 느껴졌다. 이 책은 단순히 젊은 직장인들의 성공 지침서가 아니다. ‘내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인간 존엄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인생의 안내서다.
책 속의 주인공 조지는 사면초가에 몰린 인물이다. 월요일 아침부터 차는 고장 나고, 직장에서는 해고 위기에 처했으며, 가정은 파탄 직전이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문득 돌아보면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서툴며, 마음은 피로와 원망으로 찌들어 있을 때가 많다. 모든 것이 잘못되어 가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는 조지의 막막함은, 노년에 이른 이들이 느끼는 삶의 허무함이나 무력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막막한 순간에 조지가 올라탄 버스의 운전사, 조이가 던지는 10가지 법칙은 단순하지만 묵직하게 가슴을 친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 법칙인 “당신 버스의 운전사는 당신 자신이다”라는 말은 큰 울림을 준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환경을 탓하고, 지나간 세월을 원망하며, 타인의 시선에 내 삶의 방향을 맡겨버리곤 한다. 그러나 조이는 단호하게 말한다.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내 안의 에너지이며, 그 운전대를 잡을 권리는 오직 나 자신에게만 있다고 말이다. 70세가 되었든 80세가 되었든, 내가 눈뜨고 숨 쉬는 모든 순간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자각,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에너지를 빼앗는 ‘에너지 뱀파이어’를 버스에 태우지 말라”는 원칙이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가며 수많은 관계를 맺고 끊어왔다. 그중에는 늘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주변의 긍정적인 기운을 갉아먹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노년의 시간은 유한하고 귀하다. 부정적인 감정에 낭비할 시간은 없다. 내 삶의 버스를 온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내면의 평화를 깨뜨리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과감하게 솎아낼 줄 아는 지혜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진심으로 책임지는 태도다.

또한, “당신의 승객들을 사랑하라”에서 승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은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어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리더십은 큰 조직을 이끄는 직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 곁에 있는 배우자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이웃의 어려움에 진심 어린 관심을 기울이며,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을 쓰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리더십이다. 조지가 의심을 거두고 주변 사람들을 향해 마음을 열었을 때 그의 세상이 180도 바뀌었듯, 노년의 가장 큰 자산은 타인을 포용하고 사랑하는 긍정의 에너지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이 지닌 진정한 장점은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주인공 조지는 단숨에 성인군자로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퉁명스럽고 방어적이며 투덜댄다. 그 지독히도 현실적인 모습이 오히려 깊은 위로를 준다. 우리 역시 평생 굳어진 습관과 생각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주 작은 긍정의 씨앗 하나가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과정을 보며, 늦은 나이란 없다는 용기를 얻는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는 매일 아침 새로운 버스에 오른다. 비록 청춘의 속도만큼 빠르게 달릴 수는 없을지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비전을 향해 묵묵히 핸들을 잡고 나아갈 수는 있다. 지금 삶의 에너지가 바닥나 삶이 무료하거나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 책의 책장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지금 내 버스의 운전대는 누가 잡고 있는가.” 그리고 조용히 미소 지으며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인생의 운전사는 여전히 나 자신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