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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AG 405
Grace Kim 지음 / 북새바람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걸음걸이가 느려진 70대의 문턱에서 이 책 <포레스트 AG 405>를 만난 것은 하나의 잔잔한 축복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어서일까. Grace Kim 저자가 비즈니스의 치열한 삶을 내려놓고 숲으로 들어가 자연과 호흡하며 길어 올린 이야기들은, 내 지나온 삶의 궤적과 겹쳐지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은 단순히 아름다운 숲을 가꾼 기록이 아니다. 숲이라는 거대한 도화지에 하나님이 친히 인간의 삶을 어떻게 빚어 가시는지를 고백하는 겸손한 신앙 에세이다. 저자는 계절의 변화와 생명의 순환 속에서 기다림과 회복, 순종과 연합의 의미를 천천히 배워갔다고 말한다. 70 평생을 살아오며 깨달은 가장 큰 진리가 있다면, 인생은 내 뜻과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듯, 순리에 따르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인데, 저자는 숲의 리듬을 통해 그 진리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자연의 리듬이 늘 순탄치 않듯, 우리의 삶도 늘 평탄할 수는 없다. 저자가 일군 ‘포레스트 AG 405’ 역시 크고 작은 역경과 어려움을 지나며 지금의 모습으로 자라났다고 한다. 가뭄이 들고 태풍이 불어 숲이 흔들릴 때, 저자의 마음도 얼마나 함께 흔들렸을지 짐작이 간다. 나 역시 인생의 모진 풍파를 겪으며 주저앉고 싶었던 순간들이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숲이 그 모진 비바람을 견뎌내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리듯, 우리의 삶도 고난을 통과하며 더욱 단단해진다. 저자는 그 고난의 과정 속에서 자신의 삶이 흔들리지 않는 ‘반석’ 위에 놓여 있음을 발견한다. 그 반석이 바로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삶의 모든 불안은 평안으로 바뀐다.

특히 내 마음을 오랫동안 붙잡았던 단어는 ‘그루터기’였다. 저자는 베어짐 이후에도 다시 싹을 틔우는 그루터기 같은 소망을 섬세한 언어로 그려낸다. 70대라는 나이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무대 뒤로 물러나 모든 것이 베어져 나간 그루터기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젊음도, 왕성했던 사회적 활동도 다 지나가고 남은 것은 초라한 나무 밑동 같다는 쓸쓸함이 엄습할 때가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깊은 위로를 받았다. 그루터기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소망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베어진 자리에서 다시 파릇파릇한 새순이 돋아나듯, 하나님 안에서는 이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소망과 사명이 싹틀 수 있음을 믿게 된다.

이 책의 장점은 화려한 수식어나 강요하는 설교가 없다는 점에 있다. 그저 자연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그 속에서 세밀하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순종의 태도가 책 전반에 가득하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창조주가 어떻게 아름답게 연합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저자의 문체는 참으로 맑고 깊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여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조급해할 필요도 없고,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저 하나님이 가꾸시는 거대한 숲의 한 부분일 뿐이다. 모진 겨울을 견디고 마침내 찾아올 영원한 봄을 기다리는 그루터기처럼, 나 또한 내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순종하며 남은 계절을 아름답게 채워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한다. 마음이 메말라가는 이 시대에, 영혼의 깊은 휴식과 회복을 선물해 준 참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