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디지털 능력 - 디지털에 끌려가는 아이에서 디지털을 다루는 아이로 키우는 법
김주희 지음 / 이비락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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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족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쌉싸름해지는 장면이 있다. 할미, 할아버지가 정성껏 차린 밥상 앞에서 손주 녀석들이 고개를 처박고 스마트폰 화면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모습이다. 수저를 쥐었는지 스마트폰을 쥐었는지 모를 정도로 혼이 쏙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밥 먹을 때는 스마트폰 좀 내려놓아라하고 잔소리를 해보지만, 그때뿐이다. 아이들의 시선은 자석에 끌리듯 다시 화면으로 향하고, 모처럼의 가족 대화는 뚝 끊겨버린다. 비단 우리 집만의 풍경은 아닐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노년층이 자식들과 손주들을 보며 느끼는 깊은 쓸쓸함이자 안타까움이다.

 

김주희의 <우리 아이 디지털 능력>은 바로 그 밥상머리 위의 쓸쓸한 풍경이 아이들의 사고력과 감정, 나아가 미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책이다. 오랜 세월 교단에서 아이들을 관찰해 온 저자는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부모의 익숙하고 편한 선택들이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결정적 신호라고 경고한다. 70대의 눈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혀를 차며 걱정만 하던 내 모습에서 벗어나 요즘 아이들이 살아가는 디지털 세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 세대는 자식들을 키울 때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그저 못 보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공부에 방해되니 거실에서 치워버리거나 엄하게 꾸짖어 차단하는 것이 최고의 훈육이라 믿었다. 그래서 지금도 손주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으면 저 못된 물건을 당장 뺏어라하고 자식 놈들을 타박하곤 했다. 하지만 책은 단호하게 말한다. 디지털 기기를 단순히 안 보여주는 차단이나,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는 허용의 수준으로는 이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없다고 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바로 디지털 능력이다. 이는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잘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빠르게 찾아내는 기술을 말하는 게 아니다. 수많은 디지털 정보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진짜 지식을 분별해 내고, 기계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으며, 스스로 제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일종의 정신적 체력이자 기획력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를 부모가 억지로 감춘다고 해서 해결될 세상이 아니다. 이미 아이들의 세상은 온통 디지털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그 거대한 파도를 탈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평생을 살아가며 터득한 진리 중 하나는,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쓰는 사람의 인성과 안목이 갖춰지지 않으면 결국 독이 된다는 사실이다. 요즘 아이들은 한글을 떼기도 전에 유튜브 검색법부터 배운다고 한다. 손가락 하나로 세상 모든 정보를 다 찾아내니 겉보기엔 우리 세대보다 훨씬 똑똑하고 영악해 보인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실상은 달랐다. 스마트폰 화면의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만 길들여진 아이들은 단 몇 줄짜리 교과서 문장조차 읽고 이해하지 못해 쩔쩔맨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해 교실 안에서 잦은 갈등을 빚고, 진득하게 앉아 무언가를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렸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가 먼저 디지털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던져주고 방치하는 것은 편리한 포기일 뿐이다. 책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실전 지침들을 읽다 보면, 디지털 능력을 기르는 출발점은 거창한 컴퓨터 교육이 아니라 결국 가정에서의 따뜻한 대화와 올바른 관계 맺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마트폰 화면 속 가상 세계에 갇힌 아이들을 다시 현실로 불러내어, 자연을 느끼게 하고, 부모와 눈을 맞추며 대화하게 하는 것. 그것이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능력을 키우는 가장 단단한 주춧돌이 된다는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흔히 나이가 들면 요즘 세상은 너무 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뒷방 늙은이처럼 물러서기 쉽다. 손주 교육은 그저 자식들의 몫이라 선을 긋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노년의 우리에게도 새로운 역할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디지털 기기는 빛의 속도로 변하지만, 그 기기를 다루는 인간의 마음과 도덕성, 생각의 깊이를 길러주는 것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전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히 부모들을 위한 육아 지침서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이라는 거대한 혼돈 속에서 자라나는 다음 세대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도와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회적 나침반이다. 자식들이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미처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의 정서적 빈틈을, 우리 노년층의 넉넉한 품과 삶의 지혜로 채워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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