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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공이 약사의 우리집 구급상자 - 병원보다 빠르고 약국보다 가까운 상비약 다 골라드림
동공이 약사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의 신호에 점점 더 예민해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에는 어쩌다 배가 아프거나 열이 나도 하룻밤 자고 나면 그만이었지만, 70대에 접어든 지금은 작은 증상 하나도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특히 암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난 이후 한밤중에 갑자기 찾아오는 통증이나 미열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덜컥 겁이 나게 만들기도 한다. 자식들에게 매번 전화를 걸어 묻기도 미안하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자니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어떤 말이 진짜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차에 접한 <동공이 약사의 우리집 구급상자>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반가운 책이었다.

이 책은 서울대 출신의 현직 약사이자 유튜버인 저자가 ‘동공이 약사’와 ‘알덕이’라는 캐릭터의 대화 형식을 빌려 생활 밀착형 약학 지식을 전달한다. 자칫 딱딱하고 지루해지기 쉬운 약 이야기를 ‘티키타카’식의 문답으로 풀어내어, 긴 글을 읽는 데 피로감을 느끼는 노년층도 막힘없이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1인 가구부터 아이가 있는 집, 그리고 우리 같은 노년기 부부까지 각 가구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상비약 가이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세심한 시선이 느껴진다.

특히 노년기에 접어들면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으로 이미 매일 복용하는 약이 한 움큼씩 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기나 소화불량 같은 가벼운 증상이 생겼을 때, 기존에 먹던 약과 새로 먹으려는 상비약이 서로 부딪치지는 않을까 늘 전전긍긍하게 된다. 이 책은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 조합’을 명확하게 짚어주어 이러한 불안감을 크게 해소해 준다. 내가 무심코 먹었던 감기약이나 진통제가 평소 복용하던 만성질환 약의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며, 약을 아는 것이 곧 내 몸을 지키는 지혜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가야 할 때’와 ‘집에서 추이를 지켜봐도 될 때’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지는데, 책에서 제시하는 ‘병원에 꼭 가야 하는 순간’에 대한 명쾌한 지침은 큰 도움이 된다. 미련하게 통증을 참다가 병을 키우는 일도, 반대로 대수롭지 않은 일로 매번 응급실을 찾아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도 줄여줄 정직한 기준점이다.

집안 구석구석 약 상자를 열어보면 유통기한이 언제인지도 모를 알약들이 뒹굴고 있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시럽병들이 남아있기 일쑤다. 책에서 알려주는 ‘똑똑한 구급상자 관리법’을 읽고 나니, 당장 오늘 저녁에 아내와 함께 거실 서랍장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약을 과감히 버리고, 우리 부부의 건강 상태에 맞는 상비약들로 구급상자를 ‘업데이트’하는 과정 자체가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가장 실천적인 준비가 아닐까 싶다. 책에 부록으로 담긴 라벨 스티커는 눈이 침침해진 노년층이 약통을 오인하지 않고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약의 종류를 나열하는 백과사전이 아니다. 예기치 못한 아픔의 순간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도록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든든한 상비약 나침반이다. 자식들이 곁에 없어도, 이 책 한 권을 구급상자 옆에 꽂아둔다면 언제든 믿고 물어볼 수 있는 주치의를 집에 둔 것처럼 든든할 것이다. 노년의 건강을 스스로 책임지고 가꾸고자 하는 동년배들에게, 그리고 부모님의 건강한 홀로서기를 응원하는 자녀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