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스트 프렌즈 시즈오카 - 최고의 휴가를 위한 스마트 가이드북, 2026~2027년 최신판 ㅣ 베스트 프렌즈 시리즈 11
두경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의 속도를 줄이고, 주변의 풍경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의 여행이 남들보다 더 많은 곳을 보고, 더 바쁘게 발을 구르는 ‘정복’에 가까웠다면, 70대에 접어든 지금의 여행은 온전히 쉬어 가고, 비워 내며, 그곳의 공기를 느긋하게 호흡하는 ‘머무름’이어야 한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의 빌딩 숲과 번잡한 인파는 이제 피곤하게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두경아의 <베스트 프렌즈 시즈오카>는 화려하진 않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우리 세대에게 꼭 알맞은 소도시 여행의 길잡이로 다가왔다.

시즈오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파란만장한 난세를 인내로 버텨내고 마침내 일본을 통일한 그가 노년을 보내고 생을 마감한 고향이 바로 이곳이다. 인내와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인물의 숨결이 깃든 땅이라 그런지, 책 속에서 소개하는 시즈오카의 풍경들은 하나같이 차분하고 깊은 맛이 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푸른 녹차 밭 너머로 웅장하게 솟아오른 후지산의 만년설이 눈에 들어온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대자연의 절경이다. 하마나 호수의 잔잔한 물결, 하얗게 쏟아지는 시라이토 폭포, 세월의 흔적을 품은 조가사키 해안의 기암괴석은 젊은이들의 사진 명소를 넘어, 살아온 날들을 가만히 되돌아보게 만드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친절함과 정확함에 있다. 소도시 여행은 대도시에 비해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아 선뜻 발걸음을 옮기기 주저하기 마련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나이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행 전문 작가인 저자가 발품을 팔아 꼼꼼하게 엮어낸 최신 정보들은 그러한 막연한 두려움을 말끔히 씻어준다. 무작정 걷기보다는 동선을 어떻게 짜야 덜 피로한지, 직접 가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소소한 교통편이나 길찾기 비결이 알차게 담겨 있다. 자식들의 도움 없이도 책 한 권만 품에 넣으면 오랜 친구와 함께 낯선 길을 나서는 듯한 든든함이 느껴진다.

미식에 대한 소개도 예사롭지 않다. 나이가 들면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담백한 음식을 찾게 된다. 시즈오카가 자랑하는 신선한 해산물과 알싸하면서도 깔끔한 생와사비,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장어 요리는 생각만으로도 입맛을 돋운다. 특히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즈오카 오뎅 거리에 앉아, 은은한 녹차 한 잔을 곁들이며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상상을 해본다.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어낸 뒤 맛보는 소박하지만 정갈한 밥상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이 아닐까 싶다.

인생의 황혼기에 마주하는 여행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다. <베스트 프렌즈 시즈오카>는 조급하게 등을 떠밀지 않는다. 그저 후지산의 사계절을 눈에 담고, 푸른 찻잎의 향을 맡으며, 자연이 주는 위로를 온전히 누려보라고 나지막이 권한다. 이 책은 단순히 관광지를 나열한 안내서를 넘어, 삶을 관조하는 눈을 가진 이들에게 어울리는 품격 있는 소도시의 매력을 담아냈다. 다가오는 계절에는 이 책을 길동무 삼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사랑했던 그 고즈넉한 땅으로 느린 걸음을 옮겨보고 싶다. 편안하고 깊이 있는 여정을 꿈꾸는 동년배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