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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페이허이스 지음, 미리내공방 옮김 / 정민미디어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황혼녘에 접어든 이 나이가 되면 세상사 대개는 덤덤해지기 마련이다. 웬만한 풍파는 겪어냈다는 자만이 생기고, 새로운 지식이나 철학도 그저 ‘좋은 말씀’의 변주로 들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페이허이스의 <인생,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를 덮으며 오랜만에 가슴 깊은 곳에서 서늘한 바람이 일어남을 느꼈다. 70대의 눈으로 바라본 니체는 단순히 박제된 철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펄펄 살아 숨 쉬며, 안일에 빠진 노년의 내면을 사정없이 찔러오는 사상의 ‘광인’이었다.
흔히 사람들은 니체라고 하면 고개를 저으며 난해한 철학 책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듯, 니체의 사상은 상아탑 속에 갇힌 학문이 아니라 철저히 ‘살아 있는 인간’을 향해 있다. 그의 문장은 메마른 논리의 나열이 아니다. 삶을 온몸으로 살아낸 자가 토해내는 시요, 문학이다. 그렇기에 한 세기가 훌쩍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날카로운 사유는 우리 시대와 놀라울 만큼 생생하게 맞닿아 있다.

“내 사상은 100년 뒤의 독자를 위해 준비된 것이다”라던 그의 호언장담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70 평생을 살아오며 수많은 가치관의 붕괴를 목격한 내게, 그의 예언적인 목소리는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동안 세상이 정해놓은 규범과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사느라 정작 나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데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니체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의 사유라는 날카로운 칼날을 손으로 쓰다듬는 일과 같다. 그것도 껍데기가 아닌, 나의 신경과 감정, 영혼으로 직접 만지는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경험이다.

노년에 이르면 대개 안정을 갈구하고 변화를 두려워한다. 마음의 어둠과 매너리즘이 지혜라는 탈을 쓰고 찾아오기도 한다. 니체의 칼날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겨눈다. 그의 문장들은 내면의 가장 취약한 곳을 찌르고 들어온다. 고통스럽지만, 이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통쾌함이 밀려온다. 그때 흘러나오는 선홍빛 피는 내 삶이 아직 멈추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생명력의 징표다. 그 피야말로 마음을 뒤덮고 있던 나태함과 어둠을 깨뜨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니체의 명구를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스스로 ‘망치를 든 철학자’가 되라고 권유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삶의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로 읽힌다. 남은 생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무기력한 관조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운명애’의 실천자가 될 것인가. 니체는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인생,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는 청춘들에게는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갈 용기를 주겠지만, 인생의 뒤안길에 선 70대에게는 삶을 다시 한 번 뜨겁게 연소시킬 불씨를 지펴준다. 니체가 던진 날카로운 질문들을 품고, 남은 여정 역시 타성에 젖지 않은 온전한 내 삶으로 살아내리라 다짐해 본다. 삶이 불안하고 흔들릴 때, 내 마음의 중심을 다시 잡고 싶을 때 곁에 두고 천천히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영혼을 깨우는 통쾌한 고통을 맛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