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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쓸모 - 평범한 대화를 더 근사하게 만드는 어휘의 힘
차민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들면 절로 말에 무게가 실리고 교양이 묻어날 것이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살아온 세월의 두께만큼 연륜이 쌓였으니, 그만큼 깊고 그윽한 말이 입 밖으로 나오리라 막연히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육신의 노화만큼이나 언어의 회로도 무뎌지는지, 마음속에는 전하고 싶은 온기와 지혜가 가득함에도 막상 입을 열면 “그거 있잖아, 왜 있잖아” 같은 모호한 표현만 맴돌기 일쑤다. 때로는 젊은 세대와 섞여 대화할 때 소외되지 않으려 어설프게 익힌 유행어를 던졌다가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기도 하고, 굳어진 고집 탓에 거친 표현으로 진심을 가려 본의 아닌 오해를 사기도 한다.

국어 교양 크리에이터 밍찌(차민진)가 쓴 <단어의 쓸모>는 바로 이러한 언어적 갈증과 안타까움을 정확히 짚어낸다. 저자는 일상에서 쓰는 모든 말과 글이 곧 그 사람의 교양이자 평판이 되는 시대라고 단언한다. 매 순간 상황에 어울리는 적절한 단어를 골라 쓰지 못하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당하고 만다는 경고는, 사회적 관계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년의 가슴에도 서늘하게 와닿는다. 흔히 SNS에 올리는 짧은 글이나 메신저 대화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동네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로 말과 글을 끊임없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거창한 고사성어나 문학적인 수사를 나열하며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익숙한 단어들을 품격과 배려를 갖춘 적절한 단어로 바꾸어 쓸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한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내 언어 습관을 가만히 반추해 보았다. 내 생각과 가치관을 타인에게 전할 때, 혹시 상대를 배려하기보다 내 경험만을 앞세운 고압적인 단어를 쓰지는 않았는지,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상황에 맞지 않는 뭉툭한 표현으로 내 진심을 가려버리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70대의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젊은 날의 거친 언어가 패기로 포장될 수 있다면, 노년의 거친 언어는 그저 아집과 불통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단어의 쓸모>는 노년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곁에 두어야 할 훌륭한 언어 지침서다. 상황에 꼭 맞는 품격 있는 단어 하나가 백 마디의 잔소리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며, 진심 어린 배려가 담긴 표현 한 줄이 세대 간의 높은 벽을 허무는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책은 담담히 증명해 보인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에 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아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힘 있는 노동도, 대단한 물질적 베풂도 어려워진 지금, 우리가 주변에 나누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유산은 다름 아닌 ‘따뜻하고 품격 있는 말 한마디’다. 마음속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막상 입 밖으로 꺼내려 하면 익숙하고 모호한 표현만 맴돌았거나, 나도 모르게 습관적인 유행어나 거친 말로 진심을 가려왔다면 바로 지금이 이 책을 펼치고 읽을 때이다.
내 마음속에 가득 찬 생각들을 가장 정확하고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내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남은 생을 매력적이고 존경받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은퇴 후 사회적 대화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자녀 및 이웃과의 대화가 매끄럽지 않아 답답함을 느꼈던 동년배들에게, 그리고 말 한마디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