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강박과 살아갑니다 - 이상한 생각에 자꾸 휘둘리는 당신을 위한 치유의 심리학
신재현 지음 / 시그마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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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의 무게중심을 완벽이라는 환상에서 인정이라는 현실로 옮겨오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젊은 날에는 모든 것을 내 통제 하에 두고, 생각한 대로 삶을 이끌어가야만 직성이 풀렸다. 사소한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못했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불안이나 부정적인 생각들을 어떻게든 찍어 누르려 애썼다. 그러나 일흔을 넘긴 지금 돌이켜보면, 인생은 결코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나는 신재현 전문의의 <오늘도 강박과 살아갑니다>를 읽으며 내가 지나온 세월의 수많은 밤과, 여전히 내 안에서 고개를 드는 불안의 실체를 담담히 마주하게 되었다.

 

이 책은 강박의 본질을 날카로우면서도 다정하게 짚어낸다. 저자는 강박의 핵심이 이상한 생각이 떠오른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생각은 길가의 잡초처럼 누구나, 언제든 피어오를 수 있는 불청객이다. 진짜 문제는 그 생각을 지나치게 위험한 신호로 과해석하고, 그 불안을 지우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뇌가 스스로 만들어버린 잘못된 공식에 갇히는 순간, 인간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가혹한 감옥을 짓고 살아가게 된다. 뇌과학과 인지심리, 행동치료의 관점을 빌려 이를 설명하는 저자의 시선은 차갑지 않다. 오히려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며 자책하고 있을 이들을 향한 깊은 연민과 다정함이 묻어난다.

 

특히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 것은 강박을 완전히 없애야만 정상이라는 강박적 기준을 과감히 버리라는 대목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그것의 완벽한 박멸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마음의 영역은 다르다. 불안과 강박을 내 삶에서 영원히 추방하겠다는 다짐 자체가 또 다른 강박이 되어 자신을 옥죄기 마련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회복의 목표는 명쾌하다. 불안이 문득 찾아오더라도 삶이 통째로 무너지지 않는 것, 내 안의 불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유연하게 다루며 살아가는 삶이다.

 

이러한 태도는 내가 오랜 세월을 살며 몸소 배운 삶의 지혜와도 맥을 같이 한다. 살다 보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이웃과의 갈등, 공동체의 문제, 혹은 개인적인 상실감 등 수많은 불청객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때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자책하거나 이를 완벽하게 되돌리려 발버둥 치면 마음의 병만 깊어질 뿐이다. 나이가 주신 가장 큰 선물은 그럴 수도 있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여유다. 내 안의 원치 않는 생각과 불안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억지로 쫓아내려 하기보다 또 왔구나하고 곁을 내어주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강박과 불안을 자신의 나약함이나 잘못으로 돌리며 조용히 인내한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듯 강박은 생각보다 훨씬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인간이라는 유약한 존재가 삶을 살아내며 마주하는 자연스러운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인생의 황혼녘에 서서 이 책을 덮으며, 지금도 밤잠을 설치며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을 젊은 세대들과 여전히 마음의 통제권을 내려놓지 못해 힘들어하는 동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인생은 그 자체로 존엄하고 아름답다. 불청객 같은 불안과 강박이 삶의 문을 두드릴 때, 그것과 싸워 이기려 힘을 빼기보다 그저 조용히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남은 생을 더욱 단단하고 평온하게 지켜낼 진짜 회복의 시작이다. 이 다정한 심리서는 뇌의 공식을 바꾸는 치료법을 넘어, 삶을 대하는 유연한 태도를 일깨워주는 따뜻한 인생의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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