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제까지 핑계만 댈 건가요?
지유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훨씬 많아진 70대의 고개에서 세상의 젊은이들을 바라보면,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요즈음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단군 이래 가장 화려한 스펙을 쌓고도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부모의 경제력이 곧 자식의 계급이 되는 ‘수저계급론’이 당연시되는 사회다. “부모 찬스도, 넉넉한 통장 잔고도 없다”며 절망하는 그들의 탄식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억울함과 무력감에 뒤섞여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해 버리는 나약함이 못내 아쉽기도 했다.
그러던 중 접하게 된 지유진의 <언제까지 핑계만 댈 건가요?>는 내 가슴을 강하게 쳤다. 이 책은 점잖게 훈수를 두는 노은퇴자의 잔소리가 아니다. 온몸에 상처를 입어가며 차가운 바닥에서 스스로 길을 낸 한 젊은이의 처절한 생존 기록이자, 변명 뒤에 숨어 있는 동시대 청춘들을 향한 뼈아픈 일침이다.

저자의 삶은 출발선부터가 불공평했다. 어린 시절 마주한 부모의 이혼과 지독한 가난, 그리고 생계를 위해 전전해야 했던 아르바이트 현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장벽이었을 것이다. 그 속에서 겪었을 무수한 모욕과 부당함은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럽다. 우리 세대가 겪었던 절대적 빈곤의 시대와는 또 다른 형태의, 상대적 박탈감과 무력감이 그를 짓눌렀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한가”라는 질문에 갇혀 지내지 않았다. 억울함에 주저앉아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그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등에 QR코드를 붙인 채 거리를 뛰는 ‘실행’을 선택했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은 공허한 위로나 뜬구름 잡는 ‘힐링’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중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거나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달콤한 말로 청년들을 위로하는 책들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며, 감상적인 위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저자는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혹은 준비가 되지 않아서 시작하지 못한다는 수많은 핑계의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어 본다. 그것은 결국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자, 게으름을 정당화하려는 나쁜 습관일 뿐이라는 것이다.

70년을 살며 체득한 삶의 진리 중 하나는, 인생을 바꾸는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투박한 발걸음’이라는 사실이다. 완벽한 타이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조건이 갖춰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평생 시작할 수 없다. 저자가 보여준 모습이 바로 그러했다. 흔들리고 무너지면서도 일단 몸을 던져 기회를 만들어내는 그 무모할 정도의 실행력이 결국 그의 운명을 바꾸었다. 책을 읽는 내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비단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나처럼 나이 든 이에게도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많은 젊은이가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 분노한다. 그 분노는 정당하다. 그러나 분노가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해서 내 인생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저자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몸소 겪으면서도, 내 인생의 주도권만큼은 결코 세상에 넘겨주지 않았다. 그것이 진정한 용기다.
막막한 현실 앞에서 자꾸만 변명거리를 찾는 이들, 시작이 두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청춘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장이 두껍게 느껴질 만큼 아프게 다가오겠지만, 그 아픔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내 삶을 움직일 진짜 힘이 생길 것이다. 청춘(靑春)이라는 이름이 아까운 계절이다. 더 이상 핑계 뒤에 숨지 말고, 일단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가길 바란다. 이 책이 그 무거운 첫걸음을 떼어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