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돈 걱정 없이 은퇴할 수 있습니다 - 예비 퇴직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36가지
정도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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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의 고개를 넘어서면 인생은 마치 완만한 내리막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젊은 시절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놓쳤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발밑이 허물어질까 봐 조심스러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미 은퇴라는 문을 통과한 나 같은 사람에게도, 혹은 그 문 앞에 서서 서성이는 후배들에게도 은퇴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남아 있다.

 

이 책은 중장년 재취업 및 노후 생애설계 전문가로, 사람과 직업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도영 소장이 막막한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건네는 실무적인 지도와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현장성에 있다. 20년간 3,000명의 사례를 분석했다는 저자의 이력은 빈말이 아니었다. 시중에 깔린 수많은 은퇴 지침서들이 젊을 때 더 아껴라혹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라는 식의 원론적인 공포 마케팅에 집중할 때, 이 책은 우리가 현실에서 부딪히는 36가지 질문을 송곳처럼 파고든다. 적정 생활비의 규모부터 재취업을 위한 자격증의 실효성까지, 독자가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70대의 관점에서 볼 때, 은퇴 설계는 단순히 의 문제로만 귀결되지 않는다. 물론 경제적 기반은 품위 있는 노후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돈에 매몰되지 않고 두 번째 커리어심리적 안정’, 그리고 인간관계라는 축을 함께 세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통장의 잔고는 넉넉할지언정, 퇴직 후 맞이한 무한한 자유 시간을 감당하지 못해 고립되는 이들을 적잖이 보게 된다. 저자는 은퇴를 삶의 중단이 아닌 삶의 재구성으로 정의하며, 우리가 은퇴 후에도 사회와 연결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노후 생활비와 소득 구조에 대한 조언이다. 저자는 보통 사람들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이드를 제시한다. 거창한 부자가 되라고 말하는 대신, 자신의 상황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춰 지출을 통제하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이는 예비 퇴직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이미 노후에 들어선 나에게도 이 조언들은 현재의 자산 관리 방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도 빼놓을 수 없다. 은퇴 후의 삶은 반경이 좁아지기 마련이다. 저자는 그 좁아진 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깊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그리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노년의 고독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준비된 고독은 오히려 자아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시사한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7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온 나에게도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불안이라는 감정에 잠식되어 현재를 망치고 있는 중장년층에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하나씩 정돈해 나가자고 등을 다독여주는 따뜻한 위로이기도 하다.

 

은퇴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이며, 동시에 새로운 문장으로 나아가는 접속사다. <당신도 돈 걱정 없이 은퇴할 수 있습니다>는 그 문장을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퇴직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는 후배들뿐만 아니라, 이미 노년의 길을 걷고 있는 동년배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멋지게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연한 불안을 내려놓고, 책이 제시한 36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하며 나만의 은퇴 지도를 그려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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