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선택 - 인구 절벽 시대, 국적은 어떻게 개인의 무기가 되는가
우원규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5월
평점 :
예약주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이 땅에서 살았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국가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을 지나,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민주화를 맞이하며 우리는 늘 우리나라가 잘되는 것이 곧 나의 잘됨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국가와 개인은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였고, 애국은 곧 삶의 기본 윤리였다. 그런데 우원규의 <국가선택>은 내가 평생을 바쳐온 이 국가라는 견고한 성벽에 아주 도발적인 균열을 낸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묘한 서늘함과 함께,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시대의 파고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저자는 서늘하게 단언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지킬 수 있는 공동체는 가족까지라고. 그 이상의 공동체, 즉 국가는 시대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결속일 뿐이며, 그 연결고리는 변화 앞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칠십 대인 나에게 이 문장은 심리적인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 배웠던 세대에게, 국가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숙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알던 세상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제 언어의 장벽은 인공지능이 허물고 있고, 정보는 실시간으로 국경을 넘나든다. 젊은이들에게 국가는 더 이상 운명적인 귀속처가 아니라, 나에게 어떤 서비스와 기회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갈아탈 수 있는 플랫폼처럼 변모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역량이 없는 국가는 더 이상 국민을 붙잡아 둘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온 대목은 침전된 사회에 대한 경고다. 실력 있고 자본 있는 이들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국가를 선택해 떠나고, 떠날 능력이 없는 사람들만 남겨진 사회.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며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의 현주소를 보면, 이것은 먼 미래의 가정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내가 사는 동네를 둘러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빈집은 늘어난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상의 감소가 아니라, 이 사회를 지탱하는 에너지와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뜻이다. 저자는 인구와 이민, 국가 생존의 조건을 촘촘히 분석하며 묻는다. 과연 한국은 이 거대한 인구학적 재앙 앞에서 국민에게 선택받을 만한 매력적인 국가인가?

 

이 책은 칠십 대인 나에게 젊은 세대의 불안과 선택을 이해하는 새로운 안경을 씌워주었다. 우리는 왜 요즘 애들은 국가에 대한 애착이 없느냐고 혀를 차지만,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그들은 지극히 합리적인 생존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나의 노후를 책임져주지 못하고, 오히려 과도한 세금과 빚만 물려준다면 누가 그 나라에 남으려 하겠는가.

 

저자가 제시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국가는 이제 통제자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로서 개인의 선택을 받아야 하며, 우리는 이민과 인구 정책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혈연 중심의 민족주의에 갇혀 있다가는 결국 침전된 사회의 고인물이 되어 소멸할 뿐이다.

 

칠십 대의 시각에서 이 책은 불편하다. 평생을 지탱해온 가치관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곧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내가 자식들에게 이 나라를 지켜라라고 말하기 전에, “이 나라는 너희가 살고 싶은 나라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인구론을 다룬 사회과학 서적을 넘어, 개인의 존엄과 자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가가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국가가 개인에게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다.

 

이 책은 나에게 마지막 애국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낡은 관습과 민족주의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다음 세대에게 선택받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변화의 물꼬를 터주는 일일 것이다. “내가 왜 이 나라에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드는 일, 그것이 우리 세대가 남겨주어야 할 진짜 유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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