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기술 - 사람이 힘든 나를 위한 심리 처방전
후션즈 지음, 정은지 옮김 / 지니의서재 / 2026년 5월
평점 :
예약주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보니, 인생의 성패는 통장 잔고나 자식의 출세가 아니라 결국 사람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이들을 만났다. 사회에서 만난 동료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들, 그리고 가장 가깝다는 가족까지. 하지만 희한한 일이다. 그 긴 세월을 겪고도 사람 대하는 일은 여전히 서툴고, 때로는 예순 시절보다 지금 더 마음이 헛헛해질 때가 있다.

 

이 책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기술>나는 왜 평생을 애쓰고도 마음 한구석이 이토록 시릴까?”라는 노년의 깊은 의문에 명쾌하면서도 따뜻한 답을 건네준다.

 

흔히 우리 세대는 참는 것이 미덕이라 배우며 살았다.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가 조금 더 손해 보고, 내가 한 번 더 참고 베푸는 것이 어른다운 처세라 믿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가슴 한편이 따끔거렸던 대목은 바로 그 베풂의 이면이다. 남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고 억울함을 삼키며 다 해줬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만만한 사람이라는 취급뿐이었던 경험들. 저자는 이것이 단순히 상대방의 인성이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트라우마와 잘못 형성된 관계 패턴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15천여 시간의 상담 경험이 녹아있는 저자의 분석은 날카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어깨를 다독여주는 듯하다.

 

가장 울림이 컸던 지점은 관계의 무게 중심을 타인에게서 잠재의식 속의 자아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평생 남 눈치를 보며 살았다. 퇴근 후 동료들이 내 뒷담화를 하진 않을지, 명절에 모인 친척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불안해하며 살아온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겉으로는 독립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척했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은 늘 위축되어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도 인색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을 과거의 패턴, 즉 내면에 깊이 박힌 트라우마에서 찾는다. 칠십 년 넘게 굳어진 이 패턴을 이제라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책은 다양한 상담 사례를 통해 우리가 관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뭐든 다 해주는 사람이 되어 인정받으려 했거나, 혹은 상처받지 않으려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외로움을 자처했던 모습들이 마치 거울을 보는 듯했다. 특히 사회적 민감도가 지나치게 높아 사소한 반응에도 휘청거렸던 노년의 고립감을 다룬 부분에서는 깊은 공감이 갔다. “왜 그토록 많이 베풀어도 존중받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우리가 타인의 영향력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정작 진짜 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나에게 이 책은 관계의 기술이라기보다 나 자신과 화해하는 법으로 다가온다. 행복의 90%가 관계의 질에 달려 있다는 말은, 거꾸로 말하면 나 자신과 맺는 관계가 건강해야 타인과의 관계도 빛난다는 뜻일 게다. 억지로 누구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고, 내 뒷담화를 할까 봐 미리 겁먹을 필요도 없다. 내면의 관계 패턴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거창한 심리 치료가 아니다. 그저 오늘부터라도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마음을 내어주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심리 처방전은 실천적이다. 과거에 얽매여 현재의 관계를 망치지 않도록 돕는 구체적인 지침들은, 인간관계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모든 연령대에게 유용하다. 하지만 특히 나처럼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평생을 남의 인생을 살피느라 고생한 우리에게, 이제는 상처받지 않고 진정한 평온함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덮으며 결심한다. 이제는 만만한 어른이 아니라 자기중심이 단단한 어른으로 살아가겠노라고. 관계의 기술이란 결국 타인을 조정하는 기술이 아니라, 타인의 흔들림에도 내가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일이었다. 칠십 평생 짊어지고 온 해묵은 관계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면, 이 책이 그 짐을 푸는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남은 생은 상처받는 일이 조금 줄어들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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