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공룡 대백과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G. Masukawa 지음, 김효진 옮김, 쓰쿠노스케 일러스트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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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면서 수많은 생사의 순환을 목격해 왔지만, 수천만 년 전 이 땅의 주인어른이었던 공룡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경외심과 묘한 동질감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손에 든 G. 마스카와의 <일러스트 공룡 대백과>는 단순히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도감을 넘어, 노년의 독자에게도 시간생명의 본질을 되묻게 하는 묵직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화석이라는 차가운 돌덩어리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과정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공룡학자들이 책상 앞에 앉아 화석 조각과 씨름하며 공룡의 형상을 복원해 나가는 고단한 사유의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이는 마치 우리 노년 세대가 지나온 삶의 궤적을 복기하며 의미를 찾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이미 사라져 버린 과거를 현재로 불러내기 위해 정밀한 고증과 상상력을 동원하는 학자들의 모습에서, 나는 잊혀 가는 옛 기억을 소중히 갈무리하는 노년의 일상을 발견한다.

 

책 구성 또한 되어 있다. ‘석사 편’, ‘박사 편’, ‘번외 편으로 단계를 나누어 기초적인 지식부터 최신 연구 성과까지 차근차근 짚어준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전문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저자 특유의 알기 쉬운 설명과 풍부한 일러스트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특히 저자가 직접 그린 정교한 일러스트는 백 마디 말보다 강렬한 울림을 준다. 뼈 구조 하나하나, 가죽의 질감 하나하나를 살려낸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득히 먼 과거의 생명체가 바로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공룡학의 최신 지표를 담아냈다는 점도 놀랍다. 내가 젊었을 적 알고 있던 공룡에 대한 상식예를 들어 둔하고 느릿한 파충류라는 인식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깃털 달린 공룡의 발견이나 조류와의 연결 고리 등 최신 연구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 7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오며 세상이 변하는 것을 수없이 봐왔음에도, 과학의 진보가 밝혀내는 과거의 진실은 여전히 신선한 충격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저자의 애정이 듬뿍 묻어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왜 공룡을 좋아하는지, 공룡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인지를 진솔하게 고백한다. 무언가에 이토록 몰입하고 열정을 쏟는 모습은 나이가 들어 자칫 무기력해지기 쉬운 우리 세대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공룡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따뜻하고도 날카롭다.

 

흔히 공룡을 멸종한 패배자로 보곤 하지만,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들은 수억 년 동안 지구를 호령했고, 오늘날에도 화석과 지식, 그리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형태로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멸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공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육체는 쇠하고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겠지만, 우리가 남긴 삶의 흔적과 지혜는 후대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다. <일러스트 공룡 대백과>는 나에게 단순히 고대 생물을 가르쳐준 책이 아니라, ‘기록된 과거가 현재에 주는 위로를 경험하게 해준 소중한 통로였다. 손주들과 함께 읽어도 좋겠지만, 조용히 혼자 앉아 차 한 잔과 함께 공룡의 세계를 탐험하며 시간의 깊이를 음미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한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참으로 귀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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