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멍 :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들 - 애착 유물
국립중앙박물관 「유물멍 원고 공모전」 필진 지음 / 더베이스 / 2026년 5월
평점 :
미출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난 해 <유물멍: 가만히 바라볼수록 참 좋은 것들>을 읽고 박물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을 할 때도 박물관을 찾게 되었다. 202511월에 서부 지중해 여행을 하면서 이탈리아 제노아에 있는 스트라다 누오바 박물관’, 프랑스 바르세유에 있는 역사박물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기우디와 건축 박물관을 관람했다. 박물관 유리장 너머, 수백 년 전의 유물과 눈을 맞추는 일은 단순히 과거의 파편을 감상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시공간을 건너온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과 마주하는 일이다.

 

이 책 <유물멍: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들>은 박물관의 정적인 유물들을 애착이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다시 읽어내며, 독자들에게 느릿한 호흡의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수많은 사물과 인연을 맺고 끊어온 입장에서 이 책은 단순한 유물 해설서 이상의 울림으로 다가왔다.

 

책의 제목인 유물멍이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반갑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불멍이나 물멍처럼, 무언가를 가만히 응시하며 잡념을 비워내는 행위가 유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속도는 감당하기 벅찰 만큼 빨라지지만, 유물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고요하다.

 

작가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백자 달항아리같은 익숙한 보물들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작고 사소한 디테일을 잡아낸다. 화려한 금관의 권위보다는 그 금판을 두드린 장인의 숨결을, 달 항아리의 매끄러운 곡선보다는 그 안에 담겼을 소박한 밥줄기의 온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화려한 성취보다는 작고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노년의 시선과도 닮아 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애착이다. 작가는 유물을 국가적 자산이나 학술적 가치로만 박제하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가 곁에 두고 아끼던 물건이라는 본질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고려시대의 청자 화장 상자를 보며 그것을 열어보았을 여인의 설렘을 추측하고, 조선의 문방사우를 보며 글을 쓰던 선비의 고뇌를 읽어낸다. 7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오며 내 손때가 묻은 낡은 만년필이나, 아내가 아끼는 오래된 찻잔에도 그만큼의 사연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유물이란 결국 누군가의 삶이 투영된 기억의 저장소인 셈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유물이 전하는 침묵의 언어가 들리는 듯하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불완전함의 미학은 노년의 삶에 큰 위로를 준다. 세월의 풍파에 깎이고 모서리가 닳은 석조 불상이나, 살짝 금이 간 도자기에서 느껴지는 당당함은, 주름진 얼굴과 굽은 등을 가진 우리 세대에게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격려를 건네는 것 같다.

 

박물관은 어쩌면 거대한 기억의 양로원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중심에서 물러난 것들이 모여 가장 빛나는 가치를 발휘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물을 통해 오래된 것의 존엄을 이야기한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사물과 교감하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쉼표가 필요한 우리 세대에게 적절한 길잡이가 된다.


이 책은 박물관을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쉬는 곳으로 정의한다. 책을 덮고 나니 집 근처 박물관에 가서 내가 마음을 붙일 나만의 유물을 하나 골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한 역사적 지식은 없어도 좋다. 그저 가만히 바라보며 그 유물이 건너온 시간을 짐작해보고, 내 삶의 궤적과 겹쳐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 시간이 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들 때, 혹은 지나온 세월이 덧없게 느껴질 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은 비단 유물뿐만이 아니다. 그 유물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긍정하게 되는 우리 자신의 마음 또한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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