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시대, 우리 아이 지키기
김태온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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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월이 참 무섭게 변했다. 우리 세대에게 중독이란 그저 술이나 담배, 혹은 노름 같은 것들을 의미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지하철을 타도, 식당을 가도, 심지어 명절에 모인 거실에서도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작은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태온 저자의 <중독시대, 우리 아이 지키기>를 읽으며, 나는 그 풍경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영혼과 뇌를 갉아먹는 조용한 재앙이었다는 사실에 등등이 서늘해졌다.

 

이 책이 던지는 첫 번째 충격은 뇌과학적 사실이다. 저자는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의 뇌가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이성적 판단과 절제를 담당하는 전두엽은 아직 여물지도 않았는데, 도파민을 갈구하는 측좌핵(쾌락 중추)’만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70년을 살아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절제였다. 씨를 뿌리고 수확을 기다리는 법을 알아야 삶이 단단해진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탐닉하는 숏츠, 릴스, 틱톡 같은 짧은 영상들은 15초 만에 즉각적인 보상을 준다. 저자는 이를 사이버 마약이라 명명했는데,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인내심이 거세된 뇌, 깊은 사고를 거부하는 뇌가 되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들이 애가 좀 산만한가 보다라고 넘길 일이 아니라는 점을 책은 엄중히 경고한다.

 

다행히 저자는 공포를 조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신경가소성이라는 희망의 근거를 제시한다. 뇌는 쓰기에 따라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식 키울 때 부족했던 점을 손주들에게는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생겼다.

 

책에서 제시하는 ‘7가지 회복 습관은 매우 구체적이다. 특히 내 눈길을 끈 것은 거창한 디지털 금지령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변화들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의 소중함, 전두엽을 깨우는 3문장 대화법 그랬구나”, “어땠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와 같은 질문이 아이의 사고력을 깨운다.

 

저자가 제안하는 먹자싸금(먹을 때·잘 때·쌀 때)’ 원칙은 단순하지만 명쾌하다. 밥상머리에서 휴대폰을 치우는 것은 단순히 예절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또한 아침 88분에 햇볕을 쬐는 팔팔운동이나 감정의 폭풍이 칠 때 6초를 참는 법 등은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노년층에게도 꼭 필요한 삶의 지혜처럼 느껴졌다.

 

특히 자연이 주는 경외심에 대한 대목에서는 무릎을 쳤다. 우리 세대는 산천초목을 보며 자랐다. 나무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을 보며 시간을 읽었고, 계절의 변화 속에서 겸손을 배웠다. 아이들을 작은 액정 안에서 꺼내어 대자연의 압도적인 생명력을 마주하게 하는 것, 그것이 디지털이라는 좁은 감옥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는 가장 강력한 처방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이 책은 부모에게 완벽해지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대신 함께 성장하자고 손을 내민다. 디지털 기기를 무조건 뺏고 통제하는 독재자가 아니라, 아이의 일상을 건강하게 설계해 주는 조력자가 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비단 젊은 부모들만의 필독서가 아니다.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읽고, 아이들이 다시 사람의 냄새생각의 힘을 회복하도록 돕는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뇌에 새겨진 균열을 메울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늦지 않았다. 바로 오늘 저녁, 휴대폰을 내려놓고 아이의 눈을 맞추는 그 6초의 순간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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