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담은 은혜의 창
박재역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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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의 고개를 넘어서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욥기의 고백처럼 인생은 짧고 입김 같아서, 화려했던 청춘의 기억도 아침 안개처럼 흩어지기 마련이다.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면 참으로 다사다난했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 굽이굽이마다 때로는 눈물 골짜기를 지났고, 때로는 기쁨의 산맥을 넘었다. 그 세월을 견디게 한 힘이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면, 결국 내 삶의 갈피마다 스며있던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고백만이 남는다.

 

박재역 저자의 <한글 담은 은혜의 창>은 바로 그 고백을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우리말이라는 그릇에 정성스럽게 담아낸 책이다. 70대의 눈으로 이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숨겨진 신앙의 통찰이었다.

 

이 책은 독특하다. 단순히 신앙 간증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한글의 우수성과 바른 표기를 짚어주며 그것을 성경적 메시지로 연결하는 하이브리드방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는 평생 글을 다뤄온 이답게,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담긴 미묘한 결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었으며, 내용은 인생의 사계절을 닮았다. 1가족을 생각하며에서는 가정이란 하나님이 허락하신 가장 작은 교회이자 천국임을 일깨운다. 손주들의 재롱이나 배우자와의 소소한 대화 속에 깃든 은혜를 보며, 나 역시 지나온 세월 속에서 놓쳤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반추하게 되었다.

 

2우리말을 곱씹으며에서는 평소 틀리기 쉬운 맞춤법이나 잊혀가는 우리말의 의미를 바로잡으며, 그것을 영적 원리와 연결하는 저자의 솜씨가 매끄럽다. ‘언어가 단순한 소통 도구를 넘어 신앙의 깊이를 담는 그릇임을 깨닫게 한다.

 

3이웃을 바라보며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관계는 좁아지기 마련이지만, 저자는 이웃과의 만남 속에서 주님의 사랑을 발견한다. 타인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4하나님 앞에서에서는 결국 모든 글의 종착지는 코람 데오’, 즉 하나님 앞에서의 단독자로서의 삶이다. 진실한 성도로 남고 싶은 저자의 갈망이 70대인 나의 노년기 소망과 맞닿아 깊은 공명을 일으켰다.

 

저자는 지난날의 소소한 기록들을 들춰보며 그때는 미처 몰랐던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큰 위로를 받았다. 인생의 후반전, 이제는 그저 정리만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현재 진행형 여정을 강조한다. 우리말을 바르게 쓰고 다듬는 과정이 곧 내 영혼을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세워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인생은 흙으로 돌아가는 허무한 과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매 순간 채워지는 신비로운 여정이다. 이 책은 그 여정을 기록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거창한 신학적 담론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단어 하나에 하나님의 성품을 투영하는 법을 일깨워주기에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내 삶의 창을 닦아본다. 70년 넘게 써온 나의 말들 속에 얼마나 많은 은혜가 있었는지, 혹은 얼마나 무심하게 은혜를 흘려보냈는지 자문해본다. 저자가 가나다순으로 차곡차곡 정리한 80편의 글처럼, 나 역시 내 남은 생애를 하나님의 은혜라는 단어로 수놓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우리말의 결을 따라 흐르는 하나님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인생의 후반전에서 다시금 은혜의 출발선에 서고 싶은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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