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목사가 되기 위해 AI를 배웁니다
이석진 지음 / 두란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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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의 고개를 넘어서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자연스레 본질로 향하게 된다. 화려한 기술이나 복잡한 이론보다는, 그 안에 담긴 온기와 진실함이 무엇인지를 먼저 묻게 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AI(인공지능)라는 거대한 물결을 보며, 나를 포함한 노년 세대는 막연한 경외심과 함께 지워지지 않는 우려를 동시에 느낀다. 편리함이 인간의 고귀한 영역까지 잠식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말이다.

 

이러한 시기에 읽은 책은 AI 스타트업 슈퍼런의 대표이자 이론을 넘어 현업에서 성과를 내는 실무형 AI’ 전문가인 이석진 저자의 <좋은 목사가 되기 위해 AI를 배웁니다>라는 책이다. 저자는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과 목회자들에게 매우 시의적절하고도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이 책은 단순히 AI라는 도구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활용 기술에 매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중심에는 AI를 배워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서 있다. 저자는 AI를 배우는 목적이 결코 목회의 편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책의 첫머리부터 강조되는 더 좋은 목회를 위해라는 전제는, 기술이 목적이 아닌 수단임을 분명히 하는 선언과도 같다.

 

70대의 은퇴목회자의 눈으로 볼 때, 목회라는 것은 평생을 바쳐도 다 알 수 없는 신비이자 고통스러운 해산의 과정이다. 저자가 지적했듯, AI는 성경의 한 구절을 깨닫기 위해 밤새 몸부림치는 목자의 고뇌를 알지 못한다. 눈물로 씨를 뿌리는 기도의 시간, 단어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원고를 써 내려가는 그 치열한 묵상의 과정을 기계가 어찌 흉내 낼 수 있겠는가. 성경 텍스트를 분석하고 정보를 취합하는 일은 AI가 탁월하겠지만, 그 말씀이 오늘날 고통 받는 성도의 삶에 어떻게 육화(肉化)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오직 인간 목회자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AI 만능주의를 경계하며 안전성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든다. 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제시된 목회 AI 활용 가이드라인은 이 책의 백미다. AI가 목회의 주인이 되지 않도록, 목회자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명확히 긋는 작업은 마치 홍수 속에서 제방을 쌓는 일과 같다. 70년 인생을 살며 깨달은 것은,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절제가 따르지 않으면 독이 된다는 사실이다. AI를 사용하되 그것에 영혼을 맡기지 않는 지혜, 즉 기술과 영성 사이의 균형을 잡는 법을 저자는 차분하게 설득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AI를 통해 절약한 시간이 향해야 할 곳을 지목한 부분이다. 저자는 설교 준비 시간을 단축하거나 행정 업무를 효율화하는 것의 종착역이 성도의 손을 한 번 더 잡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야말로 70대인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목회의 본질이다. 아무리 정교한 AI라도 외로운 성도의 눈물을 닦아주거나, 병상에 누운 이의 거친 손등을 어루만지며 함께 울어줄 수는 없다. 행정 업무는 기계에 맡기더라도, 그로 인해 확보된 소중한 시간을 들고 성도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목자.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좋은 목사의 모습일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목회자만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기술의 홍수 속에서 내 삶의 주권을 어떻게 지키고, 인간다운 품격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울림을 준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성을 목회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은, 우리 각자가 자신의 삶이라는 현장에서 어떻게 고유한 향기를 잃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세상은 점점 빨라지고, 효율이라는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 든다. 하지만 신앙의 세계는 때로 느리고, 비효율적이며, 고통스러운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AI라는 첨단 기술을 이야기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아날로그적인 가치인 기도’, ‘심방’, ‘묵상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한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는 우리의 비서가 될 수는 있어도, 결코 우리의 주인이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기술의 화려함에 눈이 멀어 본질을 잃어버리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가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경고등과 같다. 일흔의 나이에 이 책을 덮으며, 다시금 기도의 자리를 정돈하고 성도들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기계가 가질 수 없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존재로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갈 것인지 다짐하게 된다. 여기 저기서 AI를 배우겠다고 애를 쓰는 목회자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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