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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빠지는 몸의 비밀 - 다이어트 호르몬 GLP-1을 깨우는 방법
아네테 삼스 지음, 강수헌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기고 나니 세상 돌아가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TV만 틀면 나오는 비만 치료제 이야기, 위고비니 오젬픽이니 하는 낯선 이름들이 이제는 노인정 대화 주제로까지 올라온다. “그 약만 맞으면 젊은 시절 몸매로 돌아간다더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났다. 평생을 ‘약’보다는 ‘밥’이 보약이라 믿고 살아온 우리 세대에게, 주사 한 번으로 지방이 녹아내린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는 어딘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직 위고비 개발자가 썼다는 이 책, <살 빠지는 몸의 비밀>은 그런 나의 막연한 불안과 궁금증을 동시에 해결해주었다. 저자 아네테 삼스는 15년 동안 노보 노디스크에서 비만 약을 연구했던 인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약의 탄생을 지켜본 전문가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우리 몸은 이미 스스로 지방을 뺄 수 있는 놀라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약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약의 원료가 되는 그 ‘마법의 성분’이 사실은 우리 몸이 이미 만들어내고 있는 호르몬임을 잊지 말라는 경고이자 격려다.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GLP-1’이라는 호르몬 이야기는 특히 흥미로웠다. 나이가 들면 소화도 안 되고 배만 자꾸 나오는 것이 그저 세월 탓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몸속의 이 소중한 호르몬들이 제 역할을 못 하도록 내가 방치하고 있었던 셈이다. 비만 약은 이 호르몬을 흉내 내어 몸에 억지로 넣어주는 것이지만, 저자는 우리가 먹는 음식과 생활 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이 ‘천연 다이어트 약’을 스스로 충분히 분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70년 넘게 써온 이 낡은 육신에 아직도 그런 잠재력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요즘 들려오는 비만 약의 부작용—근육 감소, 췌장염, 담낭염—소식은 노년의 우리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젊은이들이야 살만 빠진다면 감수할 수도 있겠지만, 기력이 생명인 노인들에게 근육이 빠진다는 것은 건강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약에 의존하기보다 내 몸의 연쇄 반응을 깨우라는 저자의 조언은 단순한 다이어트 비법을 넘어 ‘품위 있게 늙어가는 법’에 대한 철학처럼 다가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모두가 값비싼 약을 구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진실된 정보는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말했다. 이 책은 바로 그 진실을 담고 있다. 복잡한 과학 용어 뒤에 숨겨진 진실은 명료하다. 자연스러운 식단과 규칙적인 움직임이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를 다시 세우고, 그것이 결국 건강과 체중 감량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는 내가 평생 자식들에게 잔소리하며 가르쳐온 삶의 기본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덮으며 나는 내 몸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여기저기 쑤시고 예전 같지 않은 몸이라며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아직도 내 안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을 그 수많은 호르몬 군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생했다, 이제 내가 좀 도와주마”라고 다독이며 오늘 저녁엔 가벼운 산책과 함께 정갈한 채소 한 접시를 준비해볼 생각이다. 비싼 주사기 대신 내 몸의 지혜를 믿어보기로 했다.
비만 약 열풍 속에서 갈 길을 잃은 사람들, 특히 건강한 노년을 꿈꾸는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우리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고 강하다. 그 비밀의 열쇠는 약국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매일매일 속에 숨겨져 있음을 이 책은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