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복 중인 마약 중독자입니다 - 바닥을 딛고 선 중독자의 회복과 연대의 기록
최진묵 지음 / 온더페이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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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뉴스만 틀면 마약 이야기가 나온다. 연예인이나 재벌가 자식들 이야기겠거니 하고 채널을 돌리곤 했는데, 이 책 <나는 회복 중인 마약 중독자입니다>를 읽고 나니 뒤통수를 세게 얻맞은 기분이다. 칠십 평생 마약 청정국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우리 세대에게, 이 책은 그 자부심이 얼마나 위태로운 착각이었는지를 준엄하게 꾸짖는다.

 

저자 최진묵 센터장은 스스로를 회복 중인 중독자라고 소개한다. 전과 9범에 교도소 생활만 7, 마약에 바친 세월이 자그마치 23년이란다. 한 사람의 청춘과 인생이 통째로 약물이라는 늪에 잠겨버린 셈이다.

 

처음엔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을까하는 원망 섞인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목격한 현장의 이야기는 참혹했다. 이제 마약은 텔레그램이라는 것을 통해 30분이면 구하고, 강남 학원가에서 아이들에게 약을 속여 먹이는 세상이 되었다. 특정 계층의 일탈이 아니라 평범한 대학생, 직장인, 심지어 의사와 변호사까지 중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책에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뼈아프다. “마약 중독을 범죄로만 볼 것인가,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볼 것인가.” 지금껏 나는 마약쟁이들은 그저 감옥에 가둬서 엄하게 다스리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저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처벌만 있고 치료가 없는 구조는 결국 재발의 굴레를 반복시킬 뿐이라고. 몸 안에 독소를 빼는 디톡스만 하고 다시 약을 하던 환경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굶주린 짐승을 다시 정글로 밀어 넣는 격이다.

 

이 책은 중독이 개인의 의지력 문제가 아니라 뇌의 변화와 환경이 빚어낸 질병임을 과학적으로, 또 경험적으로 증명한다. 특히 중독자가 중독자를 돕는 연대의 힘(피어 서포트)’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같은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 건네는 손길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해독제라는 사실을, 저자의 인생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 혼자만의 고군분투가 담겨 있지 않다. 마약 중독자의 곁을 20년간 지켜온 아내의 눈물겨운 사투, 지능이 낮아질 정도로 뇌가 망가졌다가 다시 사회복지사로 일어서는 회복자들의 증언이 가득하다.

 

그 길의 끝이 반드시 파멸은 아니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저자가 건네는 이 한마디는 비단 마약 중독자들만을 향한 것은 아닐 터다. 인생의 큰 실수를 저지르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회복은 가능하며 그 과정은 외로운 투쟁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숙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칠십을 살면서 느낀 것은, 모르는 것보다 잘못 아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점이다. 마약을 그저 무서운 것’, ‘격리해야 할 것으로만 치부하며 눈을 감고 있을 때, 중독은 우리 자녀와 손주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 책을 통해 마약 청정국이라는 환상을 깨고 지금의 위기를 직시하게 되었으며, 중독자를 낙인찍기보다 회복 가능한 이웃으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병원과 감옥을 넘어 지역사회 치료 공동체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중독자의 참회록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마약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어떻게 방파제를 쌓아야 할지 알려주는 절박한 보고서다. 내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이 좀 더 안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대의 모든 어른이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중독은 한 사람의 고통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봐야 할 사회적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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