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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고요함을 좋아한다 - 고요한 마음을 가꾸는 지혜
강준민 지음 / 두란노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의 칠 분의 능선을 넘어 팔 분의 능선을 향해 걷다 보면, 세상의 속도는 가끔 공포로 다가온다. 젊은 시절에는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페달을 밟았고, 그 속도감이 주는 고양감을 살아있음의 증거라 믿었다. 그러나 일흔의 문턱을 넘어서고 보니, 그토록 열렬히 쫓았던 ‘빠름’과 ‘강렬함’이 실은 영혼을 갉아먹는 마약과 같았음을 깨달으면서 읽은 책이 <영혼은 고요함을 좋아한다>는 책이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부흥을 이끄는 목회자이며, 미국 LA 소재 로고스교회, 동양선교교회에 이어 현재 새생명비전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는 강준민 목사가 매주 정성을 다해 써 내려간 50편의 서신들을 묶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요를 단순한 ‘비어 있음’이나 ‘적막’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고요는 하나님과 깊이 대면하는 통로이며, 흩어진 내면을 하나로 모으는 영적인 기술이자 예술이다. 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50편의 글들이 마치 이른 아침 시골집 툇마루에서 마시는 차 한 잔처럼 마음을 정화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은 지혜로운 사람은 나무가 뿌리를 가꾸듯이 보이지 않는 것을 잘 가꾸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숨은 사람’을 잘 가꾸라고 말씀하십니다. “오직 마음에 숨은 사람을 온유하고 안정한 심렬의 썩지 아니할 것으로 하라 이는 하나님 앞에 값진 것이니라”(벧전 3:4)(p.87)

이 책을 통해 깨달은 내용은 ‘시끄러운 물가에서는 양이 물을 마시지 못한다’는 비유였다. 이 비유가 는 내 마음을 깊이 찔렀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갈증은 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너무 소란스러워 그 생수를 제대로 마시지 못한 탓이었다. 일흔이라는 나이는 이제 세상의 소음에서 한 걸음 물러날 법도 한데,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채우지 못한 욕심과 타인과의 비교, 지나온 세월에 대한 회피가 소용돌이친다. 저자는 그런 나에게 속삭인다. 하나님은 우리를 푸른 초장으로만 이끄시는 것이 아니라 ‘쉴 만한 물가’, 즉 고요의 처소로 부르고 계신다고 말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지혜는 ‘고요 속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한 통찰이다. 맑은 호수라야 하늘을 온전히 비추듯, 고요하게 가꾼 영혼만이 지혜와 깨달음을 담아낼 수 있다. 젊은 날의 나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들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확인한 것은, 진정으로 나를 살리는 힘은 화려함이 아니라 ‘깊음’에 있다는 사실이다. 고요는 강렬하지 않지만 오래가고, 요란하지 않지만 영혼의 밑바닥까지 스며든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황혼기를 맞이한 이들이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닐까.
저자는 고요를 가꾸는 것이 ‘삶의 예술’이라고 표현한다. 이 말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단순히 기력이 쇠하여 조용해지는 것이 아니라, 의지적으로 하나님 앞에 잠잠히 머무는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인생 후반전의 가장 가치 있는 작업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내면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 그 속에서 누리는 평안은 세상이 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깨달은 내용은 고난의 터널을 통과해본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정제된 언어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글귀마다 맺힌 울림이 남다르다. 인생의 숱한 풍파를 겪어온 70대의 독자라면, 저자가 길어 올린 그 언어들이 얼마나 값진 희생과 묵상을 통해 나온 것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것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빠른 속도에 중독된 채 살고 싶지 않다. 대신 이 책이 안내하는 대로 매일 조금씩 ‘고요의 정원’을 가꾸어보려 한다. 남들이 알아주는 화려한 꽃을 피우기보다, 보이지 않는 뿌리를 깊게 내려 고요의 수분을 빨아들이는 삶을 꿈꾼다. 이 책은 나처럼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며 진정한 안식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영혼의 목마름을 축여줄 귀한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고요함 속에서만 들리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 그리고 그 음성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회복되는 나의 영혼.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오늘 하루, 소음이 아닌 평안을 선택할 용기를 얻는다. 인생의 석양은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빛이 사그라들 때 비로소 별이 보이는 고요의 시간임을 이 책은 다시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