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꽃체 마스터북
최현미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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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마다 성향과 취향이 다르듯 좋아하는 글씨체도 다르다. 수많은 글씨체중에 나의 마음에 드는 글씨를 골라서 샘플로 삼고 그 글씨체를 따라 보고 쓰는 것이 일단 손글씨 연습의 시작이다. 그런데 쓰다 보면 아무리 연습해도 그 글씨대로 안 나오는 내 글씨를 발견할 수도 있다. 오랜 세월 내 손에 베인 익숙한 글씨체가 있어서, 남의 글씨를 아무리 따라 쓰려고 해도 본래 내 글씨체의 색깔을 지우기가 어렵다는 걸 쓰다 보면 느낀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따라 쓰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원래의 내 글씨가 점점 반듯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유튜브코리아에서 뽑은 손글씨 유튜버이며, 가장 사랑받는 한글 손글씨 미꽃체 작가인 최현미(미꽃) 디지털 기기가 넘쳐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다운 온도를 전하는 손글씨의 미학을 다룬 실용 예술서이다. 저자가 고안한 정갈하고 유려한 미꽃체를 통해, 글씨를 쓰는 행위가 어떻게 마음을 정돈하는 수행이 되는지 안내해 준다.

 


저자는 글씨를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 쓰는 이의 호흡과 성정이 담긴 예술로 정의한다.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전의 시대에, 펜을 쥐고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깊은 명상이 되며, 글자 하나하나의 균형을 잡아가는 시간은 어지러운 생각을 가라앉히는 고요한 마음 닦기의 시간이 된다.

 


이 책이 제안하는 미꽃체는 정자체의 단정함과 흘림체의 유연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글자의 자음과 모음이 이루는 공간 배분, 획의 굵기 변화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초보자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화려하기만 한 글씨가 아니라, 읽는 이에게 편안함을 주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선의 흐름을 강조한다. 이는 지식의 정수를 기록하고 서평을 남기는 지성인들에게 자신의 문장을 더욱 돋보이게 할 우아한 옷과 같다.

 


저자는 단순히 글씨 쓰는 법에 그치지 않고, 완성된 글씨를 일상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지도 제안한다. AI가 문장을 요약해 줄 수는 있어도, 소중한 이에게 건네는 손글씨 카드나 직접 쓴 성경 구절, 일상의 단상들에 담긴 온기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필체를 갖는다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다. 매일 책을 읽고 사유하는 과정에서 얻은 영감을 미꽃체로 기록할 때, 그 기록은 단순한 정보 이상의 작품이 된다.

 


이 책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세상에서 천천히, 바르게의 가치를 역설한다. 글씨가 마음대로 써지지 않아 속상할 때도, 다시 펜을 잡고 획을 긋는 과정은 실패를 수용하고 다시 시작하는 유연한 마음근육을 길러준다. 뇌과학적으로도 손으로 직접 쓰는 행위는 뇌의 여러 부위를 동시에 자극하여 기억력을 높이고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손글씨에 자신 없는 이들에게는 용기를, 기록의 즐거움을 아는 이들에게는 격조를 더해주는 책이다. 저자의 친절한 가이드를 따라 연습하다 보면, 어느덧 종이 위에 내려앉은 글자들이 나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임을 깨닫게 된다. 서재에서 세상의 지혜를 탐구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 소중한 순간들을 가장 정갈한 문양으로 남길 수 있게 돕는 다정한 예술적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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