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 숏폼, 데이팅 앱, 초가공식품은 나의 뇌를 어떻게 점령했는가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 김성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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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쾌락이 난무하는 시대 나도 모르게 중독에 빠져들고 있을지 모른다. 인류 역사상 이토록 쾌락이 흔한 시대가 있었을까. 우리는 손가락 하나로 전 세계의 지식에 접속하고, 밤낮없이 원하는 배달 음식을 집 앞으로 불러내며, 15초마다 쇼츠를 통해 새로운 자극을 탐닉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풍요로운 쾌락의 이면에는 늘 만성적인 공허함이 따라온다.

 

이 책은 현재 코펜하겐대학 보건의료과학 대학원의 기초 및 임상 근골격학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노화 중 발생하는 근육-뇌 신호 전달 경로의 혼선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니클라스 브렌보르 저자가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우리가 왜 특정한 행동이나 물질에 집착하게 되는지, 그리고 현대 사회가 설계한 도파민의 덫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빠져나올 수 있는지를 다룬 뇌과학 기반의 인문서이다.

 


저자는 중독을 개인의 의지력 부족으로 치부하는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우리 뇌는 수만 년 전 수렵 채취 시대에 최적화되어 있으나, 현대 사회는 AI 알고리즘과 거대 자본을 동원해 인간의 본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저자는 우리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에 탐닉하는 이유가 뇌의 보상 회로를 정교하게 공략하는 설계자들때문임을 밝혀낸다. 이는 기술의 발전을 수용하면서도 그 이면의 위험을 경계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시의적절한 경고이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개념은 도파민이 즐거움자체보다 기대감(갈망)’에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무언가를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그것을 얻기 직전의 짜릿함이 더 크기에, 우리는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음 자극을 찾아 헤멘다. 강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용체를 줄이고, 결국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독서, 산책, 대화)에서는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쾌락 불감증' 상태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알코올이나 마약 같은 고전적 중독보다 더 위험한 것이 일상화된 디지털 중독이라고 진단한다. AI는 우리의 생산성을 돕기도 하지만, 반대로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의 주의력을 끊임없이 분산시키기도 한다. 짧은 영상에 매몰되어 긴 호흡의 책을 읽기 어려워지는 현상은 뇌의 전두엽 기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서재에서 고요히 사유하고 문장을 기록하는 정갈한 시간은, 이러한 디지털 소음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가 된다.

 


저자는 나는 언제든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착각이라고 말한다. 중독을 이기는 것은 강인한 의지가 아니라 경의 통제이다. 마트폰 알림을 끄거나 물리적으로 멀리 두는 법, 텃밭을 일구며 생명의 느린 속도에 적응하는 법 등 뇌에 휴식을 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도파민이 주는 가짜 쾌락 대신, 운동이나 독서처럼 느리지만 깊은 만족감을 주는 로토닌적 행복으로 삶의 중심을 이동시켜야 한다. 신체 활동은 중독된 뇌를 회복시키는 훌륭한 처방전이 된다.

이 책은 우리 뇌의 취약성을 겸손하게 인정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의 과학적인 통찰을 따라가다 보면, 진정한 자유란 내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망가뜨리는 자극으로부터 나를 격리할 줄 아는 절제에서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식의 깊이를 더하고 삶의 궤적을 단정하게 기록해 나가는 지혜로운 독자들에게 이 책은, 현대 사회의 유혹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정신의 맑음을 유지하게 돕는 귀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쾌락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사유의 바다로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의 노년은 더욱 깊고 우아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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