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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그리스도인의 라이프스타일 - 신학자와 함께 초대교회로 심방을 떠나다
이상규 지음 / 두란노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다녀온 카타콤과 갑바도기아 성지순례는 제 신앙 여정에 큰 변곡점이 되었다. 좁고 어두운 지하 동굴,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며 살았던 그들의 흔적을 목격하며 가슴 한구석에 묵직한 궁금증이 생겼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 깊은 땅속으로 이끌었는가? 그들은 그곳에서 매일 무엇을 먹고, 어떤 대화를 나누며, 어떻게 이웃을 사랑했는가?” 눈으로 본 유적 너머, 그들의 진짜 ‘생활상’을 알고 싶어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이 책은 고신대학교 신학과에서 35년간 후학을 가르친 학자이며, 현재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석좌교수인 이상규 박사가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극심한 박해와 냉대 속에서도 어떻게 삽시간에 번져나갈 수 있었는지, 그 원동력을 교리적 논쟁이 아닌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구체적인 삶의 방식’에서 찾아낸 탁월한 역사 신학적 보고서이다.

저자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로마 사회에서 ‘제3의 인종’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삶의 결을 유지했음을 밝히고 있다. 노예와 귀족이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버려진 영아들을 거두어 키우는 그들의 모습은 계급 사회였던 로마에 거대한 충격을 주었다. 모두가 죽음의 공포를 피해 도망칠 때, 그리스도인들은 오히려 병자 곁을 지키며 그들을 돌보았다. 저자는 이러한 ‘희생적 라이프스타일’이 그 어떤 논리적인 설교보다 강력한 전도의 도구였음을 강조한다. 부패가 만연한 로마의 상거래 질서 속에서 정직을 지키고, 도덕적 타락 속에서 가정을 거룩하게 지켜낸 그들의 고집스러운 일상은 세상을 바꾸는 소리 없는 혁명이었다.

이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은 “나에게는 그리스도 외에는 어떤 왕도 없다. 나는 그를 보았고 그를 경배한다. 그를 위해서 나는 천 번이라도 목숨을 바칠 것이다. 나는 그동안 지은 죄를 뉘우치며 이렇게 늦게 진정한 왕의 군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p.109)

이 문장은 문장은, 초기 교회의 순교적 전도가 단순히 ‘말의 설득’이 아니라 ‘존재의 전부를 건 고백’이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뜨거운 대목이다. 이 고백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로마라는 거대한 제국과 ‘황제’라는 가시적인 권력 앞에 서서도, 어떻게 그토록 당당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깨달은 내용은 환대와 정직이 만든 기적이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카타콤에서 느꼈던 막연한 감동은 구체적인 확신으로 바뀌었다.
➀죽음을 이긴 환대의 힘: 로마인들이 버린 병자와 영아들을 거두어 자신의 가족으로 삼았던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그 어떤 웅변보다 강력한 복음이었다. 갑바도기아의 거친 바위산 속에서도 그들이 잃지 않았던 것은 ‘이웃을 향한 열린 마음’이었음을 깨달았다.
➁일상이라는 성소: 선교는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가 시장에서 정직하게 거래하고, 내 곁의 고난 받는 이와 빵을 나누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됨을 배웠다. 텃밭을 일구고 서평을 남기는 저의 소박한 일상 또한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지향했던 ‘세상과 구별된 삶’의 연장선에 있음을 확인하며 큰 위로를 얻었다.
저자의 문장은 역사가로서의 객관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기독교인들을 향한 애정 어린 충고를 잊지 않는다. 거대해진 건물과 복잡해진 프로그램 속에 정작 초기 기독교가 가졌던 ‘단순하고도 강력한 삶의 야성’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묻고 있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모든 이들과 신앙의 본질을 고민하며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화려한 종교적 행사나 거창한 봉사 활동에 지쳐, 정작 내 일상의 영성을 놓치고 있는 분들이 읽는다면 카타콤의 성도들이 그랬듯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신앙의 원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성지순례를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다녀오신 분들에게는 유적지라는 마른 뼈에 생생한 살점을 붙여주는 최고의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