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다시 만난 한국사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3
정재환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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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왜 그렇게 역사 공부가 싫었는지 아마도 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고등학교 때 역사를 이해가 아니라 암기 과목으로 경험하면서 싫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역사는 원래 이야기이다. 전쟁, 권력, 인간의 선택, 실수 같은 것들이 이어진 하나의 서사인데, 시험에서는 연도·사건·인물 이름을 외우는 식으로 나오니까 재미가 확 떨어진다.

 

이 책은 역사학자이자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정재환 저자가 박제된 유물이나 연대표 속에 갇힌 역사가 아니라, 오늘날의 관점에서 살아 움직이는 역사를 대중의 언어로 복원해낸 역작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믿었던 사건들의 이면을 파고들며,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문법을 제시했다.



 

정재환 저자의 이력을 보면 좀 독특하다. 대중에게 친숙한 방송인에서 출발해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까지, 그는 '지식의 전달자'로서 탁월한 역량을 쌓아왔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전문 연구자의 엄밀함과 대중 강연자의 유연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 있었다. 저자는 어려운 한자어나 복잡한 학술적 용어 뒤에 숨지 않았다. 대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역사의 굽이굽이를 설명하며, 독자들이 역사라는 거대한 강물에 기꺼이 발을 담그게 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연도와 사건의 이름을 외우는 고단한 과정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교과서적 해석에 머물지 않고,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선택과 그 선택이 낳은 결과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한다. 한글과 우리말 연구에 깊은 조예가 있는 저자답게, 역사적 기록 속에 담긴 언어의 맥락을 짚어내며 당시의 시대정신을 읽어냈으며, 왕조 중심의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역사의 조연으로 남아있던 인물들과 민초들의 삶을 조명하며 한국사의 지평을 넓혔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과거의 사건을 과거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조선 시대의 당파 싸움이나 근현대사의 갈등을 다루면서, 그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분열과 어떻게 닮아 있는지, 혹은 우리가 그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를 조심스럽게 건넨다. 이는 역사가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설계하는 설계도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저자는 아픈 역사를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극복의 시작임을 강조한다. 독자들은 저자의 안내를 따라 고조선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이 겪어온 인고의 시간을 함께 걸으며, 그 밑바닥에 흐르는 강인한 생명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역사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는 흥미로운 입문서가 되고, 이미 많은 지식을 가진 성인들에게는 자신의 사유를 점검하는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의 친절한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멀게만 느껴졌던 조상들의 숨결이 바로 곁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이 책은 우리에게 역사를 아는 것이 곧 나 자신을 아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아는 사람만이, 내일이라는 시간을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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