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분열 : 1054년, 동서교회 갈등과 충돌의 역사 - 동서 교회 분열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교과서’ 같은 작품
스티븐 런시먼 지음, 유재덕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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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독교의 역사는 분열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 역사 최초의 교회인 예루살렘 교회에서도 구제 문제로 히브리파 과부들과 헬라파 과부들 간의 분쟁이 있었다. 고린도교회도 바울파, 아볼로파, 게바파 그리스도파로 나뉘어 분쟁을 일으켰다. 한국도 교회 안에서 분쟁이 일어나, 교회가 분열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 책은 비잔티움 제국과 중세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스티븐 런시먼 경이 기독교 역사의 가장 비극적인 장면 중 하나인 동서 교회의 대분열을 단순한 교리 논쟁을 넘어 거시적인 문명사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1054년 여름,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성 소피아 대성당 제단 위에 로마 교황의 파문장이 놓였다. 이를 기점으로 기독교는 로마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로 완전히 갈라졌다고 배웠다. 하지만 스티븐 런시먼은 이 책을 통해 “1054년의 사건은 갑작스러운 폭발이 아니라, 수 세기 동안 서서히 진행되어 온 정서적·문화적 이혼의 상징적 마침표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분열의 원인을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몰아세우지 않고, 서유럽(로마)과 동유럽(비잔티움)이 처했던 서로 다른 상황을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첫째는 언어적 단절이었다. 라틴어를 사용하는 서방과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동방은 서로의 신학적 뉘앙스를 이해할 능력을 점차 잃어갔다. 번역의 오류는 오해를 낳았고, 오해는 이단이라는 정죄로 이어졌다. 둘째는 교리의 충돌이었다. 성령의 발출 기원을 둔 필리오케논쟁이나 성찬식에 사용하는 빵의 종류(유교병과 무교병) 같은 신학적 쟁점들은 겉으로 드러난 명분일 뿐이었다. 셋째는 권위의 문제였다.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수위권을 주장하는 로마 교황과, 황제교황주의의 전통 속에서 동등한 권위를 주장하는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 사이의 정치적 자존심 싸움이 본질이었다.



 

당시 로마의 사절이었던 추기경 훔베르트와 비잔티움의 총대주교 미카엘 케룰라리오스는 모두 타협을 모르는 강성 인물들이었다. 저자는 두 인물의 오만함과 외교적 무능이 어떻게 사소한 갈등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고 갔는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는 역사가 거대한 구조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정과 우연에 의해서도 뒤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하면 1054년 이후의 전개 과정까지 아우른다는 데 있다. 사실 1054년 직후에도 양측은 화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4차 십자군 전쟁(1204)에서 서방 기독교 군대가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약탈한 사건이야말로 동방 교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결정타였다고 지적한다. 이론적 분열이 민중의 증오로 바뀐 순간, 동서 화합의 꿈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이 책은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소설처럼 매끄럽게 읽힌다. 저자는 서방의 관점에 치우치지 않고 비잔티움의 입장 또한 공정하게 대변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나는 지금 다른 생각과 문화를 가진 이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가? <대분열>은 천년 전의 종교사를 넘어, 상대를 자신의 잣대로만 재단하려 할 때 발생하는 비극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기독교 신자들은 물론 신학생, 목회자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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