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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가우디 - 흔들리는 나를 위로해 주는 건축 수업
유승준 지음 / 성안당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난 2005년 11월 아내의 칠순기념으로 서유럽 지중해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여행을 다녀왔다. 특히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가우디가 건축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공원을 둘러보고 온 것이 지금도 생각난다. 이번에 <내 인생의 가우디>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 책은 정신세계사, 둥지출판사, 디자인하우스, 청림출판 편집주간 등을 거쳐 가나북스 대표로 일하며 오랫동안 책을 만들어 온 유승준 저자가 안토니 가우디라는 거장의 삶을 통해 우리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보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깊이 있는 인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스페인 현지 가이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이름, 안토니 가우디의 이름 앞에는 항상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겨진 ‘지독한 고독가’이자 ‘성실한 수행자’로 그려 내고 있다.

이 책은 가우디 건축의 핵심인 ‘자연’과 ‘신앙’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가우디는 어린 시절 류머티즘을 앓으며 혼자 자연을 관찰하는 시간을 보냈고, 그 속에서 신이 설계한 완벽한 구조인 ‘곡선’을 발견했다고 한다.
지중해의 파도와 산의 능선을 닮은 이 건물들을 통해, 저자는 규격화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유연함’과 ‘생명력’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구엘 공원은 미완성으로 남았지만 오히려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 공간을 통해 ‘실패조차 과정으로 포용하는 미학’을 설명한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성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대한 대목이다. 가우디는 자신의 생전에 이 거대한 성당이 완공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평생을 바쳤다고 한다. “내 건축주는 서두르지 않으신다”라며 신을 향한 믿음과 예술적 자존감을 지켰던 그의 태도는, 오늘날 성과주의와 속도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다.
저자는 가우디가 보여준 이 ‘장인 정신’과 ‘긴 호흡’이야말로, 은퇴 후나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이 가져야 할 가장 고귀한 가치라고 역설한다. 가우디에게 건축은 곧 기도였고, 그 기도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후예들의 손에 의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서 가우디 건축의 세밀한 부분까지 담아낸 사진을 보면서 내가 여행했던 날의 추억을 떠 올리는 행복감을 맛보았다. 가우디의 건축물이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먹여 살리듯, 이 책은 독자의 메마른 정서를 풍요롭게 채워줄 것이다.
인생의 후반전에서 나만의 진정한 ‘작품’을 남기고 싶은 분들, 혹은 정체된 일상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가우디가 남긴 곡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 삶의 굴곡진 순간들도 신이 설계한 아름다운 건축물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