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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엔딩 노트 - 내 삶에 가장 도움이 되는
주부의벗 지음, 야마다 시즈에 감수, 유서윤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난 2025년 4월에 갑자기 암(癌)이라는 낯선 단어가 나에게 들이닥쳤다. 수없이 병원 복도를 오가며 삶이 얼마나 허망하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진단서를 펼쳐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동안 나는 잘 살아온 것일까? 나는 잘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잘 죽는 다는 것’ 그것은 고통 없이 삶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껏 살아 온 생을 아름답고 존엄하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나는 꿈꾼다. 품위 있는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용기인 것을. 그래서 엔딩노트를 쓰기로 했다.
이 책은 일본의 실용서 전문 출판사인 ‘주부의 벗’에서 펴낸 책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슬픔’이 아닌 ‘삶의 완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매우 실천적이고 따뜻한 가이드북이다. 이 책은 막연한 두려움 속에 방치해두었던 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스스로 정성껏 써 내려가게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현재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가꾸도록 돕는다.
우리 때는 죽음을 미리 말하는 것을 금기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가 결코 불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만드는 ‘삶에 대한 예우’임을 일깨워준다. 저자는 엔딩 노트를 쓰는 과정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겼는지 돌아보게 한다. 70년 넘는 세월을 걸어오며 쌓인 수많은 기억과 경험을 한 권의 노트에 정돈하는 과정은, 인생의 황혼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내가 떠난 뒤 남겨진 이들이 겪을 혼란과 슬픔을 덜어주는 데 있다. 저자는 상속, 장례 절차, 연락처와 같은 실무적인 정보부터 디지털 자산 관리까지 아주 세밀하게 짚어준다. 이는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온 우리 세대가 자식들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이자 가장 큰 선물이다. 내 사후의 일을 명확히 정리해두는 것이야말로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고결한 사랑의 실천임을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내 뜻은 이렇다”라고 명확히 남겨두는 기록은 가족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는 든든한 방패가 된다.
저자는 엔딩 노트를 쓰며 불필요한 집착과 물건들을 털어버리라고 조언해 준다. 이는 평소 걷기 운동을 즐기며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분들에게 깊은 공명을 일으긴다. 마음과 주변을 가볍게 비워낼 때, 비로소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과 풍경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더 즐겁게 보낼 것인가’에 집중하게 한다. 엔딩 노트는 단순히 마침표를 찍는 종이가 아니라, 남은 페이지를 더 빛나게 채우기 위한 밑그림인 셈이다.
이 책의 장점은 법적인 효력을 넘어선 ‘마음의 전달’에 있다. 평소 무뚝뚝해서 차마 전하지 못했던 고마움, 미안함, 그리고 사랑의 말을 기록하도록 이끈다. 70대라는 나이는 인생의 풍파를 겪으며 맺어진 수많은 인연을 소중히 정리해야 할 시기이다. 친구나 오랜 인연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이 노트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너희들이 내 자녀여서 행복했다”는 한 문장이 자녀들에게는 그 어떤 유산보다 값진 보물이 될 것임을 저자는 잘 알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잘 쓴 엔딩 노트는 한 사람의 역사가 담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서전이자, 후손들에게 전해질 고귀한 정신적 유산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인생의 황혼기를 더욱 맑고 투명하게 보내고 싶은 모든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과 함께 나만의 노트를 한 줄씩 채워가다 보면, 어느덧 죽음은 두려운 그림자가 아니라 평화로운 휴식처럼 다가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