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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동안 믿음이 된다 - 천로역정 순례길 40일 묵상
장재훈 지음 / 두란노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40년간의 목회현장에서 은퇴를 하고 나서 두 번의 암 수술을 받고나니 몸의 근력은 예전 같지 않고, 무릎의 통증은 세월의 훈장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것만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육체적 고통도 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고통을 불평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오히려 ‘나’라는 아집을 깨뜨리는 통로로 삼게 된다. 육신이 약해질 때 비로소 영혼의 눈이 밝아진다는 역설적인 진리는, 노년기를 살아가는 나에게 쇠퇴가 곧 상실이 아니라 ‘거룩한 비워냄’의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지구촌목회리더십센터(PLC) 총괄목사이며, 지구촌미니스트리네트워크(GMN) 섬김이로서 이동원 목사를 도와 한국 교회의 목회 리더십과 선교사들을 섬기는 사역에 헌신하고 있으며, 지구촌교회 가평 필그림하우스 ‘천로역정 순례길’ 조성의 전 과정에 참여했으며, 순례길 완공 이후 지금까지 천로역정 순례길 안내를 통해 《천로역정》의 성경적 지혜와 말씀의 은혜를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전하고 있는 장재훈 목사가 『천로역정』을 읽고 묵상하도록 하여 인생 순례길에서 지친 영혼을 소생시키고 잃어버린 영성을 회복하게 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지구촌교회 가평 필그림하우스 ‘천로역정 순례길’은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을 중심으로 한 회심에서 천국까지의 인생 여정을 조형물과 건축물로 형상화하여 조성된 길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 번도 갈 기회가 없었는데 책을 통해서 “천로역정 순례길”을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세대는 뜨겁게 부르짖는 통성기도와 간절한 간구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 책은 ‘걷는 행위’ 자체가 훌륭한 기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자취 속에 신을 향한 신뢰를 담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이름 모를 들꽃 속에서 창조주의 숨결을 느끼는 저자의 시선은 경이롭기만 하다. 복잡한 신학 이론보다 정직한 발걸음이 더 큰 울림을 준다는 사실은, 남은 생애를 담백하고 경건하게 보내고 싶은 70대 신앙인들에게 새로운 기도의 지평을 열어준다.
이 책을 읽고 가슴에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한 문장을 꼽으라면 단연 이 문장일 것이다. “하나님은 곤고의 산을 통해 우리를 단련하고 정결하게 하시며, 믿음의 근육을 자라게 하기를 원하십니다.”(p.90) 이 문장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우리가 인생의 황혼기에서 마주하는 신앙과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깨달은 내용은 순례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낭의 무게를 줄여야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길을 걸으며 불필요한 물건들을 덜어내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삶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탐욕과 명예욕, 자식에 대한 과도한 걱정을 내려놓으라고 권면한다. 70대는 이제 ‘더하는 삶’이 아니라 ‘덜어내는 삶’을 살아야 할 시기이다. 이 책은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오직 ‘지금 이 순간’ 주어지는 은혜에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속에 엉겨 붙어 있던 해묵은 감정들이 씻겨 내려가는 해방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목회 현장에서 은퇴를 하고 이 책을 읽고부터 나에게 있는 물건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이제 나의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 떠나가고 나 혼자 있을 때가 많다보니 고독은 깊어진다. 이 책은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우리에게 죽음이나 끝이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님을 속삭인다. 길은 계속 이어지고, 우리가 걷는 이 길 끝에는 따뜻한 품이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이 책은 눈이 침침해진 우리 70대 동년배는 물론 그리스도인들과 신학생, 목회자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