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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의 순간들 - 자동차, 아파트, 재벌, 도시에 관한 가장 현대적인 이야기
정몽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정몽규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현대자동차의 기틀을 닦고 HDC그룹을 일궈낸 유능한 기업가이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한국 축구의 명암을 한 몸에 받는 논란의 중심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기업인이자 HDC그룹 회장으로, 국내 부동산 개발 및 건설·인프라 분야의 선도 기업인 HDC현대산업개발을 이끌고 있는 정몽규 회장의 회고록으로 세간의 따가운 시선과 찬사 사이에서 그가 내린 선택들이 어떤 맥락 속에서 탄생했는지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선택하는가”보다 “어떻게 선택했는가”가 조직과 개인의 운명을 가른다는 점을 차분하지만 분명한 언어로 전하고 있다. 자동차와 아파트 산업, 그리고 HDC 50년 역사의 내러티브가 대한민국 산업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미래 건설을 모색하는 경영 인사이트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책의 전반부는 현대자동차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HDC그룹의 홀로서기 과정을 다룬다. 아버지 '포니 정' 정세영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자동차에 대한 열정,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별 뒤에 마주한 건설업이라는 낯선 전장. 저자는 이 과정에서 겪은 당혹감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과거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라는 개념을 도입해 단순한 건설업을 주거 문화 혁신으로 탈바꿈시켰다.
그의 경영 철학은 '끊임없는 변화'에 닿아 있다. 변화는 고통스럽지만, 정체는 곧 도태라는 사실을 그는 30년 경영 현장에서 뼈저리게 체득했다. 독자는 이 대목에서 한 기업을 이끄는 수장이 마주하는 외로움과 그 무게감을 엿볼 수 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기대한 대목은 단연 축구협회장으로서의 기록이다. 2023년의 사면 논란, 감독 선임 과정의 잡음 등 최근 한국 축구를 둘러싼 이슈들에 대해 그는 나름의 논리를 전개한다. 정 회장은 "결과는 늘 좋을 수 없지만, 과정에서의 진심은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태도를 견지한다.
그는 축구 행정을 경영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에 집중했던 그의 노력을 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판론자들에게 이 책은 다소 방어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조직의 수장으로서 그가 내린 결정들이 결코 즉흥적이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리더십의 본질은 결국 '결과에 대한 책임'임을 그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시키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제목처럼 "결정은 데이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의 직관과 책임감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법이 아니라, 결정 이후의 폭풍을 견뎌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성공한 기업가의 영웅담이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가는 한 인간의 기록에 가깝다.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 책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고뇌를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