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세를 깬 자들 - 프랑크 제국과 중세의 운명을 바꾼 형제들의 전쟁
매슈 게이브리얼.데이비드 M. 페리 지음, 최파일 옮김 / 까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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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세상은 늘 진보해왔다고 믿었다. 과거는 미개하고 어두웠으며, 현대는 합리적이고 밝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우리 세대 교육의 근간이기도 했다. 특히 유럽의 중세는 종교적 광기와 억압, 그리고 흑사병이 창궐하던 암흑시대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매슈 게이브리얼은 이 책을 통해 그 시기가 결코 어둡기만 한 정체기가 아니라, 오히려 역동적이고 찬란하며 세계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던 빛의 시대였음을 웅변한다.

 

이 책은 버지니아 공과대학교의 중세학 교수이자 종교문화학과 학과장 매슈 게이브리얼과 언론인이자 중세 역사학자, 미네소타 대학교 역사학과 수석 지도교수 데이비드 M. 페리 두 공동 저자가 카롤루스 대제 전성기부터 프랑크 제국의 분열까지 현실판 왕좌의 게임!”, 중세 유럽의 운명을 재정의한 프랑크족의 끔찍한 유혈 내전 아버지와 아들이, 또 형제와 형제가 맞붙은 야망과 배신의 연대기를 설명한다.

 

저자는 중세를 단순히 르네상스를 기다리는 과도기로 보지 않는다. 70대의 눈에 비친 이 책의 첫 번째 미덕은 '기존의 틀을 깨는 용기'이다. 우리는 중세를 폐쇄적인 성곽 안의 세상으로 상상하곤 하지만, 저자가 안내하는 중세는 지중해를 너머 아프리카, 아시아와 끊임없이 교류하던 개방적인 공간이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로마의 잔해 위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문명을 일구었고, 그 과정에서 맺은 수많은 '맹세''배신'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원형을 만들었다.

 

저자들은 십자군 전쟁을 단순한 종교 전쟁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인간의 욕망과 문화적 충돌, 그리고 공존의 흔적을 추적한다. 70년 인생을 복기해보면, 우리 삶 역시 단편적인 선악으로 나뉘지 않았음을 잘 안다. 중세 역사를 다층적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인생의 황혼에서 세상을 관조하는 우리의 시선과 닮아 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연결성'에 있다. 중세 유럽의 대성당 유리에 비친 빛이 사실은 이슬람의 과학 기술과 아프리카의 자원이 결합한 결과물이라는 대목에서는 전율이 느껴진다. "세상에 독자적인 것은 없다"는 진리는, 오늘날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우리는 흔히 우리 세대가 이룬 성취가 오로지 우리의 힘인 줄 착각하지만,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앞선 세대가 남긴 유산을 이어받고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징검다리'일 뿐임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 지식을 늘려주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을 교정해주는 책입니다. 자자가 그려낸 중세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인류는 언제나 위기 속에서 길을 찾아왔고, 그 길은 혼자가 아닌 '함께'였을 때 열렸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 세대에게는 과거를 대하는 새로운 예의를 가르쳐주고, 미래 세대에게는 편견 없는 미래를 꿈꾸게 할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암흑은 시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선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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