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주루이 지음, 하진이 옮김 / 니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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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한번은 죽는다. 죽는 것 때문에 인간은 누구나 두려워하고 있다. 인간이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이 세상 어떤 과학과 의학의 힘으로도 인간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죽음을 피해보려고 중국 전국과 해외까지 원정대를 파견해 불로초를 찾도록 지시하고, 여러 약초를 이용하여 불사약을 만들게 했지만 그도 별수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 책은 중국 런민대학교 철학과의 걸출학자초청교수이자, 중국 런민대학 철학과 인지과학 교차 플랫폼 수석 전문가이자 박사 과정지도 주루이 교수가 2024712, 의사로부터 치료 중단 선고를 받고, 호스티스 병동으로 옮긴 뒤 임종을 하기 전 열흘 동안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철학자답게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하며 우리에게 마지막 수업을 남기고 있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열흘 동안 젊은 인터뷰어와 나눈 대화는 단순한 죽음의 고백이 아니라, 어떻게 두려움을 넘어 진정한 삶을 살아낼 것인가를 질문하는 깊은 성찰의 기록이다. 그는 죽음을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는 기회로 받아들인다. 두려움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고독과 순간을 온전히 마주하는 법을 가르친 그의 말들은 나 자신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했다. 특히 죽음 앞에서도 비열함을 경계하고, 타인을 향한 친절과 진실한 삶을 강조하는 대목은 한평생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배운 지혜가 아니었을까 싶다.

 

70대의 눈으로 보자면, 삶의 끝자락에서 철학자가 던지는 이 메시지는 더 잘 사는 법에 대한 최후의 강의다.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지만, 그 유한함 속에서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았는지가 진정한 삶의 가치임을 이 책은 조용히 일깨운다.

 

저자는 만일 한 폭의 그림이나 풍경으로 선생님의 생명을 그려 낸다면 어떤 모습인가요?”라는 질문에 답하기를 첫 번째, 풍경은 십대 청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대변하는 윙슈트 플라잉이고, 두 번째, 풍경은 중년의 영혼 속 고독의 공간을 재현한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카미유 피사로의 <서리 내린 밭에 불을 지피는 젊은 농부(밭 태우기)>이다. 세 번째, 풍경은 암 환자의 몸과 영혼의 점진적 분리를 보여준 미국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이고, 네 번째 풍경은 호스피스 병동의 시한부 인생으로서 나는 내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최후의 심판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삶의 마지막 한 걸음으로 인간 퇴비가 되기를 꿈꿨다. 죽음을 자연의 순환에 기여하며, 유기질 분해를 통해 토양의 비료가 되는 방식(인간 퇴비화/퇴비장)을 꿈꿨다. 이는 미생물 분해로 유해를 영양물질이 풍부한 비료로 바꾸어 식물의 자양분으로 쓰는 상상과 연결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이 정말 원했던 길이었을까? 혹시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느라, 사회가 정해 놓은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진짜 원하는 삶을 미뤄온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젊었을 때는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 내가 정말 원했던 삶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젠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살아야겠다.

 

나는 70대에 들어서며 죽음이 점점 가까운 이웃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죽음을 삶을 비추는 거울로 받아들이며 두려움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 모습은 한 인간의 용기이자 품위였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넘어서는 의미는 어디에서 오는가. 신학의 눈으로 보면 인간의 유한함은 끝이 아니라 맡겨진 시간에 대한 책임이다. 결국 삶은 길이가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사랑과 진실 속에 살았는가의 문제다.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은 나로 하여금 하루를 은혜처럼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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