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도 답사 0번지 영암 - 월출산의 신령스런 기운이 가득한 고장
송일준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년 전에 영암에 있는 월출산 국립공원 여행을 다녀왔는데 월출산은 ‘달 뜨는 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유수한 문화자원, 그리고 남도의 향토적 정서가 골고루 조화를 이룬 한반도 최남단의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소백산맥이 목포 앞바다로 흘러가다 평지에 돌출된 잔구 형태의 월출산은 천황봉을 중심으로 산 전체가 수석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호남의 소금강산이라 불린다. 월출산의 입구인 도갑사를 지나가다 보면 항상 물이 고여 있어 용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기이한 9개 단지모양의 구정봉에 이르며, 월출산의 최고봉인 정상에 오르면 동시에 3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평평한 암반이 있다. 월출산의 구름다리가 나오는데, 지상 120m 높이에 건설된 길이 52m, 폭 0.6m의 한국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이다.
이 책 <남도 답사 0번지 영암>이란 책을 읽으니 옛 추억이 떠오른다. 월출산 여행지 과거를 돌아보며 추억에 잠기면, 감성적인 순간들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옛날의 추억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며, 그 시절의 장소들을 방문하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MBC PD수첩의 송일준PD가 은퇴 후 반년 이상 영암을 여행하며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긴 역사 속에서 태어나고 쌓인 흥미진진한 지역의 전설, 역사, 문화, 인물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경쾌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풀어낸 인문기행서다. 무려 566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손에 잡으면 재미에 빠져 단숨에 읽힌다.
이 책에는 암흑 속에 있던 고대 일본에 문명의 빛을 전해준 왕인박사, 천년 넘는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사고와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비보풍수의 창시자 도선국사, 고려건국의 공신이자 천문학자인 최지몽, 조선 최고의 연애 시 묏버들가를 쓴 기생 시인 홍랑이 목숨 바쳐 사랑한 고죽 최경창, 왜란 때 이순신 장군을 지원하고 교류했던 현씨 가문과 죽림정, 부친을 모함해 죽게 한 원수인 간신 한덕수에게 살아생전 복수하지 못한 것을 죽는 날까지 원통해 했던 상남자 김완 장군, 을미왜변의 영웅 양달사 장군 같은 위대한 인물들의 스토리는 영암이란 지명의 유래가 된 월출산의 정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영암은 기의 고장”이라고 말한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 기찬랜드에는 유명 가수들의 사진 액자들로 채워져 있는데, 영암 출신으로는 단연 하춘화가 있다. 오랜 무명생활 끝에 ‘땡벌’로 유명해진 가수 강진도 있다. 이발소, 손님들의 리퀘스트를 받아 틀어주던 DJ박스가 있는 다방, 문방구, 극장 매표소 등을 재현해 놓았다.
이 책에는 영암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인문학이 더해진 여행기답게 지역 명소뿐만 아니라 많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책에 실려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도 압도되는 인상을 받았고, 이런 작품을 완성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과 노력이 있었을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음속으로 다시 길을 걷고 싶어졌다. 언젠가 건강이 회복되면, 가장 먼저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이 책 속의 ‘영암’이다. 남도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영암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