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3~4주

 

 감독 : 김현석
 주연 : 엄태웅, 이민정 
 제작/배급사 : 명필름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기본정보 : 멜로·로맨스, 코미디 | 한국 | 117분
 개봉 2010-09-16
 홈페이지 : http://www.cyranoagency.com/
 등급 : 12세 관람가 
 

 *최고의 연애팀이 당신의 사랑을 도와드립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희곡 작품인 '시라노'에서 이름을 딴 '시라노 연애조작단'. 시라노는 사랑하는 여인 록산느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자신의 추한 외모 때문에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다 자신과는 달리 잘생긴 크리스티앙도 록산느를 사랑함을 알게되자, 그에게 대신 연애편지를 써주겠노라고 한다. 글재주가 없는 크리스티앙은 시라노의 글솜씨를 빌려 록산느에게 감동을 주고, 시라노는 글을 통해서나마 록산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작품속 시라노처럼 다른 이의 사랑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게 바로 시라노 연애 조작단이 하는 일이다.  

낭만적인 프로포즈를 하고 싶어도 아이디어가 없거나 수줍음이 많아서 인연을 맺지 못하는 이들에게 우연을 가장한 운명을 만들어주는데 어찌보면 잘 짜여진 연극무대를 보는 듯 하다. 의뢰인에겐 시라노팀에서 준비해준 대사와 상황이 있으니 그대로만 하면 승률이 높고, 의뢰인이 사랑하는 여자는 드라마같은 만남을 시작하게 되니 서로에게 좋은면이 있다. 하지만 의뢰인의 평소 모습과 많이 다른 설정이 있으니 여자 입장에서는 '사기'라고 볼수도 있겠다. 시라노팀의 노력에 힘입어 결혼까지 가게된 커플이 있지만 부작용이 아예 없는것도 아닌것 같다.  

그래도 이런 연애조작단이 비단 영화에서만 있으란 법도 없다. 실제로 데이트코치도 있고 연애비법 강좌도 속속 나오고 있는걸 보면 사람들은 빠른 시간안에 사랑을 찾고 멋진 연애를 하고싶어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문제점이 뭐고 연애의 비법을 배우는것도 좋을 것 같다. 단, 너무 과한 설정만 아니라면 말이다.(첼로를 연주하지도 못하는데 첼러 가방을 들고 다니는 등) 

 

 감독 : 오기환
 주연 : 손예진, 송일국 
 제작/배급사 : (주)청어람 / 쇼박스㈜미디어플렉스
 기본정보 : 멜로·로맨스, 코미디 | 한국 | 100분
 홈페이지 : http://www.sunsoo2005.co.kr/
 등급 : 15세 관람가 

 

 *작업의 고수들이 만났으니 제대로 만났다!*

 

손예진, 송일국 같은 사람이 작업을 걸어온다면 열에 아홉은 넘어갈게 분명하다. 하물며 영화 속 캐릭터처럼 연애의 밀고당기기 작업을 능숙하게 해내는 프로(?)면 넘어가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다. 흔히 '밀당'이라고 줄여말하는 이 기술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연애의 향방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시도는 하지만 의외로 쉽지가 않고 까딱 잘못하다간 부작용만 남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하는 자만이 고수의 자리에 오를수 있고 연애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수 있는데, 영화 속 지원과 민준이 그 실력자라 하겠다.  

이들은 자신만의 작업의 기술을 가지고 있고 한번도 실패한적이 없다. 예쁜 지원은 청순가련한 모습을 무기삼아 남자들의 마음을 훔치고 내숭도 수준급이다. 평소엔 트로트 음악을 즐겨들으며 춤도 추지만 남자 앞에서는 절대 하지 않는다. 민준도 작업 거는 여자마다 100% 성공을 거두는데 이런 둘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첫눈에 상대방이 고수임을 눈치 챈다.  

이런 둘이 만났으니 작업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 서로 상대방의 패 를 훤히 보고있기 때문에 통하지 않는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실패(?)를 맛본 그들. 처음엔 쉽게 생각했다가 나중엔 오기로 변하는 그들의 작업기술. 언제나 프로다운 모습만 보이다가 상대방을 만나고서부터 망가지기도 하고 실패만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사랑은 아예 시작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작업 기술이 완벽해야만 연애가 이어지는건 아닌 모양이다. 때론 아무 계획도 없는 것이 기술이 될 때도 있다.  

  

 
 감독 : 켄 콰피스
 주연 : 벤 애플렉, 제니퍼 애니스톤 
 제작/배급사 : / N.E.W.
 기본정보 : 멜로·로맨스 | 미국 | 129분
 홈페이지 : http://www.loveguide2009.co.kr/
 등급 : 15세 관람가 

 

  *그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궁금한가요?*

 

처음 연애를 시작하나 7년간 만나나 연애는 참 어렵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도, 내가 상대방의 속마음을 제대로 안다고 하기도 어렵다. 때론 별거 아닌것에 싸우고 하지말아야 될 말을 하기도 한다. 과연 성공적인 연애비법과 사랑만들기는 가능한 것일까? 저마다 개성이 다르고 얼굴생김새도 다르듯이 그들이 하는 연애도 제각각 다른 색깔을 띄고 있다. 이제 막 설레이는 사랑을 시작한 핑크빛부터 마지막이 보이는 회색빛 사랑까지 말이다. 그녀들의 사랑방법과 연애기술은 무얼까,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영화는 다양한 커플을 통해 남녀의 심리상태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남자가 전화를 하겠다고 한 후에 연락이 없다거나 오랜 동거후에도 결혼 이야기를 피하는 이유등에 대해서 말이다. 어느 부분에선 놀라울때가 있었는데, 그동안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거부표현의 하나라는것을 알았을 때였다. 같은 행동에 매번 속으면서도 이상하다 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이 영화를 보고나니 이해가 된다. 그때의 말과 행동이 이런걸 뜻했었구나. 이렇게 영화에서 말하는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헤매고 있다는 반증이리라.  

연애에 실패했는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괜히 헛물만 켜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건, 연애에 있어서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만큼 중요한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말의 의중과 심리를 파악하는것도 성공적인 연애로 가는 첫 단계 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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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권의 에디스 카페
에드워드 권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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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권과 직원들의 모습. 요리사의 마음가짐과 자신의 생각을 사진과 함께 소개해준다. 한결같은 최고의 맛을 내기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그들이 있어 우리는 행복한 식사를 할수 있는지도. 책 크기가 굉장히 큰데, 안에 들어있는 사진도 한 면으로 시원하게 들어있고 글도 빽빽하지 않고 여백이 많아 시원한 인상을 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이 많아서 좋았다. 기본적인 베이킹 기술부터 다양한 빵을 소개해주고 에드워드 권의 레시피가 있어서 집에서 해보면 좋을것 같다. 햄버거 빵은 가게에서 사기만 했는데 이제는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다. 그나저나 사진속 햄버거빵이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군침이~! 아무것도 없는 햄버거 빵인데도 저렇게 맛있어 보이다니!

meat loaf, crispy bacon, iceberg lettuce, heirloom tomato jam
와규 미트로프와 바삭한 베이컨, 양상추 그리고 토마토 잼

고기만 먹어도 포만감이 들것 같은데 양상추와 베이컨까지 있어 한끼 식사로 든든할 것 같고, 저녁 모임에 내 놓으면 인기 있을것 같다.

beef steak & plum tomato buffalo mozzarella, cucumber, red onion, olive oil dressing, basil
토마토와 모차렐라, 오이와 적양파 샐러드와 바질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음식. 만들기도 간편하고 재료도 구하기 쉬워서 좋다. 간단하게 요리방법이 표기되어 있고, 재료는 g 으로 표시된다. 그동안 눈대중으로 요리를 했었는데 이 기회에 계량스푼을 사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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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요일 오후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38
최내경 지음, 이혜원 그림 / 마루벌 / 2003년 3월
절판


어린 시절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 이다. 요즘 아이들은 할머니,할아버지와 거의 떨어져 살기 때문에 책 속의 주인공과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자주 만나지 않기 때문에 낯설 것이고, 죽음에 대해 그리움에 대해 처음으로 경험해 볼 것이다.

소년에게 일요일은 최고로 즐거운 날이다. 늦잠도 실컷 자고 아빠와는 신나는 축구를, 엄마는 맛있는 떡볶이와 김밥 돈가스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요일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난 후는 그리 즐겁지 않다. 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소년의 표정이 거의 울상이다. 왜 그럴까? 그건 일요일마다 봉원동 왕할머니댁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불에 누워있는 할머니의 모습은 병환중임을 짐작하게 하고, 소년은 쭈볏거리며 들어가는걸 망설여 한다.

할머니는 자신을 알아보지만 어떤 날은 못 알아본다. 웅얼웅얼 뭐라고 말씀하시지만 하나도 알아들을수 없고, 음식을 드실땐 아기처럼 옷에 흘린다.

엄마 아빠는 할머니가 늙으셔서 그런거라고 하지만 소년은 이상하게 여길수밖에 없다. 아직 어린 소년에게 늙는다는게 어떤건지 이해하기가 힘들테니까 말이다.

그러던 할머니가 바람이 무섭게 부는 추운 겨울날 더이상 눈을 뜨지 않았다. 슬퍼하는 어른들을 뒤로하고 소년은 밖을 쳐다보는데, 아마도 죽음이 뭔지 실감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그저 할머니가 추운 날을 싫어해서 눈을 감고 있다고 여길 뿐이다.


사람들은 땅에 구덩이를 파고 할머니가 누워있는 상자를 넣고 상자를 흙으로 덮은 후 할머니 위에서 발을 쾅쾅 굴렀다. 소년은 이제 일요일 오후에 왕할머니에게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일요일 오후 엄마 아빠를 따라 할머니가 누워있는 곳으로 가자 그곳엔 작은 언덕이 하나 생겨있었다. 소년은 부모님을 따라 그 앞에서 큰 절을 하고 김밥을 먹는데,그 순간 할머니가 밥을 먹으며 밥알을 흘리고 자신을 손을 잡던 할머니의 딱딱한 손이 떠오른다. 그렇게 소년은 할머니의 빈자리를 느끼고 그리워 하게 된다.

책의 마지막은 소년이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한 순간을 보여준다. 소년은 기억하지 않을테지만 할머니는 소년을 업고 산책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정겨워 눈시울이 붉어진다. 소년이 기억하는 할머니는 언제나 누워있고 아픈 모습이었지만, 불과 몇년전 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다는걸 기억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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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1주

 

 감독 : 이정범
 주연 : 원빈, 김새론 
 제작/배급사 : 오퍼스 픽처스 / CJ 엔터테인먼트
 기본정보 : 드라마, 액션 | 한국 | 119분 | 개봉 2010-08-04
 홈페이지 : www.ajussi2010.co.kr
 등급 : 18세 관람가  

  

 *터프한 액션으로 돌아온 원빈* 

 

'마더'이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원빈. 그가 선택한 영화는 강렬하고 터프한 액션 영화이다. 제목이 '아저씨' 이지만 포스터 속 원빈의 모습은 아저씨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과는 많이 다르다. 원래 감독은 김윤석씨를 캐스팅 하려고 했다는데 원빈씨가 하고싶어했고 그래서 대본이 많이 수정이 됐단다. 만약 김윤석씨가 했다면 영화의 분위기가 많이 달랐을텐데, 그것도 좋았을것 같다. 그래도 여성관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덴 원빈씨의 미모도 한몫하는것 같다. 아역 김새론 양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18세 관람가인 이 영화를 다 보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이 찍은 영화를 못 보는게 아쉬울거라는 생각이 든다. ^^

태식(원빈)은 아내의 죽음으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태식의 이웃집 소녀 소미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그에겐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그런데 소미의 엄마가 범죄에 연루되고 죄없는 소미가 인질로 잡히면서 태식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오직 소미를 구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은 어떤 두려움도 없애기에 충분했다. 아내를 구하지 못했던 죄책감과 안타까움으로 살던 그가 과연 소미를 구할수 있을까? 

 

 

 감독 : 뤽 베송
 주연 : 장 르노, 게리 올드만 
 제작/배급사 : 고몽 영화사 / 콜럼비아 픽쳐스
 기본정보 : 드라마, 액션, 범죄·스릴러 | 미국, 프랑스 | 130분 |
 개봉 1998-01-24
 등급 : 18세 관람가 

 

 *친구로,연인으로 서로를 대했던 레옹과 마틸다*

 

장면 하나하나가 아직도 생각나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펑펑 눈물을 쏟게 만든 영화 이다. 마틸다 역의 나탈리 포트만은 어린 나이임에도 빼어난 연기를 선보여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성인연기자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게리 올드만의 악역 연기도 최고였고, 장 르노 하면 레옹이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이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린 마틸다와 레옹과의 미묘한 사랑 감정이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충분히 공감이 되고, 이루어질수 없기 때문에 더 애잔하고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 같다.  

킬러 레옹은 친구도 없고 말도 없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킬러라는 직업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과묵한 그에겐(비밀을 잘 지킬테니) 나름 잘 맞는 것 같다. 그런 삶에 어느 날 마틸다가 불쑥 다가온다. 부패한 경찰 스탠필드에 의해 가족이 죽임을 당하고, 마틸다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레옹의 현관문을 두드린다. 그 장면이 최고로 긴장감 넘쳤던 것 같다. 레옹으로선 잘 알지도 못하는 마틸다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는게 모험일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마틸다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마틸다를 도와주며 조금씩 사람냄새나는 집을 갖게 된다. 비록 잠시뿐이지만. 친구, 혹은 연인 이었던 두 사람의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만남이 오랫동안 기억된다.  

 

 

 감독 : 토니 스콧
 주연 : 덴젤 워싱턴, 다코타 패닝 
 제작/배급사 : 폭스 2000 픽쳐스 /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기본정보 : 액션, 범죄·스릴러 | 멕시코, 미국 | 147분
 등급 : 15세 관람가  

 

 *소녀의 환한 웃음을 지켜주고 싶은 보디가드*

 

토니 스콧 감독의 화려한 영상미와 묵직한 연기를 보여주는 덴젤 워싱턴, 깜찍한 요정 다코타 패닝이 뭉쳤다. 다코타 패닝은 성인 연기자 저리가라 할 정도의 연기력인데 어렸을때는 한없이 천사 같더니, 이젠 성인 연기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워낙 아역 시절의 활동이 활발했던터라 부담도 많이 될것 같다. 그래도 팬으로선 많이 기대가 된다. 토니 스콧 감독과 덴젤 워싱턴은 영화로 자주 만나는데 최근엔 '데자뷰'와 '펠헴123'을 같이 찍었다. 앞으로도 두 사람의 만남이 계속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 CIA 전문 암살 요원 존 크리시(덴젤 워싱턴)는 직업상 많은 살인을 했고 그로인한 괴로움으로 자신을 거의 놓은채 살아왔다. 그러다 친구의 권유로 어쩔수없이 멕시코인 사업가 사뮤엘의 딸 피타의 보디가드가 된다. 그저 하루하루 견뎌내며 살아온 그에게 피타는 친근하게 다가가고, 환한 웃음과 순수한 마음은 점점 존에게 웃음을 되찾아준다. 세상에 미련이 없던 그에게 조금씩 살아갈 의지를 일깨워준 고맙고도 사랑스러운 피타. 그러던 어느날 피타가 유괴되고, 존은 피타를 구하기위해 지옥불에라도 떨어질 각오로 찾는다. 복수심에 불타는 그를 보면 피타의 유괴범들이 불쌍해보일 정도로 그의 무자비한 복수는 시작된다. 피타를 절대로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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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 추억을 잃어버린 모든 이에게 우리시대 대표 문인들이 전하는 특별한 수업 이야기
김용택.도종환.양귀자.이순원 외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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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의 문인들이 들려주는 수업은 나의 학창시절과 스승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기분좋고 즐거운 장면 보다는 얼굴이 새빠개질 정도로 부끄럽고 죄송한 기억들이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야간자율학습을 땡땡이 치거나 수업시간에 휴대폰 게임을 하고, 도시락을 까먹은 일들. 그때는 "조용히 해라"라는 선생님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죄송스러운지. 아마 선생님들은 "요즘 학생들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라며 한숨을 푹푹 내쉬지 않았을까.

철없던 시절엔 이해하지도,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던 선생님의 말이 이제서야 하나 둘 깨우침을 주는데 그건 문인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들이 떠올린 특별한 수업과 선생님의 모습은 내가 겪은 일과 비슷하기도 하고 때론 특별했다.

책은 1,2부로 나뉘어졌는데 개인적으론 1부가 더 쉽게 읽히고 기억에 오래 남았다. [삼오식당]으로 내게 익숙한 이명랑 작가는 고 2때 만난 미술 선생님을 추억한다. 그녀는 그림을 그릴때 한번도 '잘 그린 그림'에 뽑히지 못했다. 선생님이 칭찬하는 그림은 누가 봐도 예쁜 그림 이었고, 이명랑씨의 그림은 그 기준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원하는건 하늘은 파랗고 나무는 우뚝 서 있고 잎은 풍성하고 초록빛을 머금은 그림이었다. 하지만 이명랑씨는 왜 하늘은 꼭 새파랗고, 나무는 잎이 풍성해야 하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모든 학생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예쁜 그림을 그려야만 하나?

이런 의문을 가지며 그녀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걸 표현했지만 매번 안 좋은 소리를 들었고, 급기야 한 선생님은 "네 마음이 비뚤어져서 그런 그림이 나오는거야"라는 말까지 한다. 아마도 그 선생님은 수업 종이 치자마자 자신이 한 말을 잊었을 테지만, 한 소녀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쉽게 잊히질 않았다. 

하지만 고 2 때 만난 미술선생님은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이지만 내 눈에는 보이는거, 그걸 그리는게 진짜 그림이야"라는 말을 해주고 그녀의 그림을 칭찬해준다. 그 선생님의 말이,보여준 행동이 한 소녀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것을 우리는 알수 있다. 학창시절에 선생님의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할수 있다. 아이들에게 부모님외에 자주 접하게 되는 어른은 바로 교실에서 만나는 선생님 이니까.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미래가 바뀔수도 있다는걸 감안하면, 미술선생님은 꼭 와야 할 시기에 이명랑씨에게 나타난 셈이다.

언제나 강해보였던 노처녀 선생님의 느닷없는 '눈물의 기도'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무게를 느끼게 해줬고, 특별한 문학 수업을 갖게 해준 선생님을 닮고 싶었던 조해진씨의 사연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단 한명의 학생에게라도 영향을 주고 롤모델로 꼽히는 선생님은 참으로 행복할 것 같다. 비록 자신은 완벽하지 않다고 여길지라도, 그래서 부끄러워 지더라도 말이다. 

권태현 작가의 사연은 입시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씁쓸한 이야기지만 오로지 내신 1등급을 위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점수와 연결되지 않는 과목은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세상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교육은 없거늘, 우리의 교육현실은 학생들에게 비인기 과목이 있다는걸 가르친다. 나도 그랬고 교육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쭉 그럴 것 이다. 음악,미술,체육 수업에 영어 단어를 외우고 문제집을 풀고,가장 중요한 고3 때는 아예 자습시간이 되는 풍경 말이다. 나중엔 비인가과목 수업 시간은 당연히 이래야 한다는 분위기 였고, 간혹 수업을 하려는 선생님이 있으면 여기저기서 볼멘 소리가 나왔다. 

권태현 작가의 학창시절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체육 시간엔 여러 핑계를 대며 빼 먹었고 불필요한 시간이라고 여겼다. 그런 상황에 화가 났는지 선생님은 아이들을 철봉대 앞으로 불러세웠고, 제대로 하는 이가 없자 "철봉대를 붙잡고 울어본적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 말이 아이들의 가슴에 크게 와닿기 보단 웃음을 유발한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모의고사 점수가 낮아 우는 아이들에게 철봉때문에 운적이 있냐니. 하지만 권태현씨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사회의 쓴 맛과 미래에 대한 고민때문에 방황하던 시기에 그 말이 지닌 의미와 무게를 알아차린다. 내게도 그 말이 뜨겁게 다가온다. 나 역시 10대 시절에 저 말을 들었다면 웃어버렸겠지만, 지금은 웃을 수가 없다.

김종광 작가가 떠올린 세가지의 추억은 서글프고 안타까웠다. 특히 수학시간에 친구의 답을 채점하고 그에 따라 채벌이 행해지는 모습은 비인간적 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내가 학생일때도 체벌이 흔했고 수학,영어 단어 틀린 갯수에 따라 맞으며 공부를 했었다. 가끔은 사랑의 매가 아니라 선생님의 분풀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썩 좋은 기억은 아니다. 그런데 김종광 작가의 이야기는 훨씬 강도가 쎘고 무섭기까지 했다.  

그는 이제 학생이 아니라 교단에 서는 선생님이 되었고, 한 학생에게 분필지우개를 던져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긴 힘든 건,수업의 반을 '조용히 해라'라는 말을 해야하는 선생님들의 고충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도 의도치않게 벌어진 사건을 통해 학생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을 것이다.

김나정 작가의 '걸레 좀 가져와라'는 나의 초등학교 4학년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평소 무섭기로 소문난 선생님 덕분에 상황을 모면하게 된다. 그 과정이 안쓰러우면서도 표현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는데(선생님이 대걸레를 가져오라고 시키자 자신을 때리려는 줄 알고 제일 약한 녀석으로 골랐다는 부분처럼), 이 작은 아이가 겪었을 심적 고통이 느껴져서 꼭 껴안아주고 싶었다. 선생님의 현명한 대처로 그녀는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됐고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는데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4학년때 우리 반 여자 반장은 군기를 꽉 잡고 있었다. 반장도 여러번 했고 카리스마도 있어서 아이들이 잘 따랐지만, 그건 무서웠기 때문도 있었다. 폭력을 휘두르지도 않고 덩치도 작았지만 이상하게도 반장의 말은 곧 법 이었다. 반장의 눈 밖에 난 아이들은 왕따를 당하고 피해를 봤지만 아무도 반항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반장에게 심부름을 시켰고, 그 사이에 반 아이들에게 반장의 행동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를줄 알았는데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두려워 말을 못했던 아이들은 하나 둘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반장이 돌아오기까지 계속됐다. 그때의 조용하지만 뜨거웠던 교실 분위기는 지금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그 후로 선생님과 반장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반장이 행동이 달라졌고 아이들과 잘 지냈던걸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하면 반장이 뭐가 그렇게 무서웠을까 싶기도 한데(꼬맹이들에게 권력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냐만) 어린시절엔 이 작은 교실이 세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친구들의 관계는 어른의 세계보다 더 중요하고 힘의 균형 싸움도 꽤 치열했다. 그 세계를 균형있게 유지시켜주고 바른 길로 가게 해주는게 선생님의 또 다른 역할 같다. 한명 한명 관심을 가져주고 전체를 바라볼줄 아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엔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걸 안다. 학원 선생님보다 학교 선생님의 자리가 더 어렵고 중요한 것 처럼 말이다.

때론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다른 이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한창 자존심도 강하고 자아를 형성하고 있는 예민한 시기에 만나는 선생님은 그래서 중요하다. 물론 교단에 서 있는 선생님 말고도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선생님과 수업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인간은 끝없는 배움의 길을 가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잊지 못할 수업이 있을테고,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그 순간은 언제였는지를 곰곰히 생각하고 떠올려 봤다. 괜스레 가슴이 저릿저릿하고 아픈건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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