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오후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38
최내경 지음, 이혜원 그림 / 마루벌 / 2003년 3월
절판


어린 시절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 이다. 요즘 아이들은 할머니,할아버지와 거의 떨어져 살기 때문에 책 속의 주인공과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자주 만나지 않기 때문에 낯설 것이고, 죽음에 대해 그리움에 대해 처음으로 경험해 볼 것이다.

소년에게 일요일은 최고로 즐거운 날이다. 늦잠도 실컷 자고 아빠와는 신나는 축구를, 엄마는 맛있는 떡볶이와 김밥 돈가스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요일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난 후는 그리 즐겁지 않다. 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소년의 표정이 거의 울상이다. 왜 그럴까? 그건 일요일마다 봉원동 왕할머니댁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불에 누워있는 할머니의 모습은 병환중임을 짐작하게 하고, 소년은 쭈볏거리며 들어가는걸 망설여 한다.

할머니는 자신을 알아보지만 어떤 날은 못 알아본다. 웅얼웅얼 뭐라고 말씀하시지만 하나도 알아들을수 없고, 음식을 드실땐 아기처럼 옷에 흘린다.

엄마 아빠는 할머니가 늙으셔서 그런거라고 하지만 소년은 이상하게 여길수밖에 없다. 아직 어린 소년에게 늙는다는게 어떤건지 이해하기가 힘들테니까 말이다.

그러던 할머니가 바람이 무섭게 부는 추운 겨울날 더이상 눈을 뜨지 않았다. 슬퍼하는 어른들을 뒤로하고 소년은 밖을 쳐다보는데, 아마도 죽음이 뭔지 실감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그저 할머니가 추운 날을 싫어해서 눈을 감고 있다고 여길 뿐이다.


사람들은 땅에 구덩이를 파고 할머니가 누워있는 상자를 넣고 상자를 흙으로 덮은 후 할머니 위에서 발을 쾅쾅 굴렀다. 소년은 이제 일요일 오후에 왕할머니에게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일요일 오후 엄마 아빠를 따라 할머니가 누워있는 곳으로 가자 그곳엔 작은 언덕이 하나 생겨있었다. 소년은 부모님을 따라 그 앞에서 큰 절을 하고 김밥을 먹는데,그 순간 할머니가 밥을 먹으며 밥알을 흘리고 자신을 손을 잡던 할머니의 딱딱한 손이 떠오른다. 그렇게 소년은 할머니의 빈자리를 느끼고 그리워 하게 된다.

책의 마지막은 소년이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한 순간을 보여준다. 소년은 기억하지 않을테지만 할머니는 소년을 업고 산책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정겨워 눈시울이 붉어진다. 소년이 기억하는 할머니는 언제나 누워있고 아픈 모습이었지만, 불과 몇년전 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다는걸 기억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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