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사랑한 여자들 - 두려움과 편견을 넘어 나만의 길을 가는 용기에 대하여
이예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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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편견을 넘어
나만의 길을 가는 용기에 대하여
이예지 인터뷰집"


사람을 가장 궁금해하는 끝없는 질문자 이예지.
〈코스모폴리탄〉 〈GQ〉 〈씨네21〉 등에서 기자 및 에디터로 일해온 글쟁이다. 서문을 읽자마자 대단한 필력가임을 알 수 있었다.


적확한 어휘로 치밀하게 설계된 글맛이 났다. 짧지만 긴 속뜻을 압축한 문장들은 명쾌했다. '아, 난 이런 글을 쓰고 싶구나.' 낭독하고 필사하며 오래오래 바라보고 싶은 글이었다.


작가 정서경, 뮤지션 김윤아, 배우 전도연, 배구선수 김연경, 영화감독 이경미, 배우 심은경, 뮤지션 전소연, 작가 김은희, 미술감독 류성희, 소설가 정보라, 댄서 모니카, 뮤지션 씨엘, 아나운서 강지영, 희극인 김민경, 소설가 최은영까지.


15명과 나눈 인터뷰는 무엇부터 들어야 할지 망설여지는 풍성한 만찬이었다. 몇몇 낯선 이름도 보였지만, 대부분이 익히 알려진 이들이라 기대와 호기심이 부풀어 오른 채 첫 페이지를 넘겼다.


"이들은 무엇을 알고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알게 됐을까?" 하는 질문을 안고 그들을 만났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성공에 이르렀는지 알아내 비법을 훔쳐 내 것으로 삼고 싶었다. 은밀한 대화를 엿듣고, 과정을 염탐하는 심정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질문이 바뀌어 있었다.
"이들은 무엇을 선택했고 어떻게 지켜냈는가?"
그들은 인생의 비기를 알아낸 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되기를 원한 자들이었다. 유일무이한 자기 자신을 찾고,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하고 지켜내기 위해 변화 속에 자신을 던지며 쉬지 않고 도전한 사람들이었다.


"막상 공부해보니 철학은 너무 논리적이었어요. 저는 논리를 잘 못 참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죠. 저는 논리의 비약과 이야기의 도약을 좋아하거든요. 나는 탈락이다, 싶었죠. 그리고 영상원에 갔어요."
- 작가 정서경


"제가 국내에만 있었다면 이런 기록들을 세우지 못했을 거예요. 해외에서 뛴 경험이 저를 성장시켰고, 지금의 김연경을 만들었죠. 선수로뿐 아니라 인간으로도요. 타지에 나가 혼자 지내면서 생활력과 책임감도 더 많이 강해졌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들도 생겼어요."
- 배구선수 김연경


"벗어나고 싶은데, 차마 두려워서 잘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스스로를 압박하면 오히려 사방이 벽으로 막혀요. 그 대신 계속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에게 천천히 변화할 시간을 주는 거예요. 내가 누구인지만 잊지 않는다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 배우 심은경



방식도, 분야도 하나같이 다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자기 자신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자신에 대해 잘 알기에 외부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걸었다. 성공한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되어가며 지경을 확장하고 고유한 색깔을 밝히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팬이 되어버렸다.


마지막 인터뷰이는 최은영 작가님이었다. <쇼코의 미소>는 작가님이 내 속에 갔다 오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유일한 소설이다. 그 이유를 이번에 알게 됐다.


"저는 많이 참는 버릇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 정도의 인내심을 작동시키기 위해선 에너지를 정말 많이 써야 하거든요. 결국 그 인내심이 자신 뿐 아니라 관계도 훼손시키고요. 어릴 때부터 누구나 사회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서 만들어온 행동 패턴이 있는데, 제게는 그것이 갈등을 회피하고 참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쌓아두면 결국 병이 되잖아요. 30대까지 그렇게 살았고, 상담을 장기간 받으면서 그것에 제 패턴이고 제게 해로운 방식이었다는 걸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잘 고쳐지지 않더라고요. 지금도 고치려고 노력 중입니다."
- 작가 최은영


작가님의 인터뷰 속에 내가 있었다. 나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낸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완전히 극복하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큰 위안을 얻었다. 최은영 작가님의 전작을 모조리 읽어보고 싶은 열망이 불타오른다.


15명에게 건넨 공통 질문이 하나 있다.
"당신은 무엇을 믿나요?'
나도 가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해서 참 반가웠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각자가 발견한 믿음은 무엇보다도 그 사람을 명확히 보여주는 거울 같다.


"나만 옳지는 않다.
모든 건 불확실하다.
내가 했던 노력들.
내 마음의 소리.
운. 될 놈은 된다. 그러니까 열심히 하자. 그래서 무엇이든 후회가 없습니다.
타인에게서 내가 견딜 수 없는 부분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나의 것이다. 즉 스스로에게서 싫어하는 모습을 투사해서 본 것이다."


나는 무엇을 믿고 있을까?
이 예쁘고 커다란 질문을 손에 쥐고 다니는 하루는
분명히 더 나다운 멋진 날이 될 것이다.


#도서지원 #이예지 #여자가사랑한여자들 #인터뷰집 #여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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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 - 홍성남 신부님의 인생 구원 상담소
홍성남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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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과 무기력증, 내면의 비판자에게 휘둘리며
자신을 혐오하고 학대해온 저자 홍성남 신부님.
이 책은 심리 상담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솔직 통쾌한 영혼의 회복기였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미워하며, 스스로 가스라이팅 해온 날 선 고백을 읽으며 저자를 신부님이라기보다는 선배님으로 부르고 싶었다. '자기혐오러 선배님!' 나 역시 어린 시절을 비슷한 심정으로 살아왔기에 책의 많은 문장이 내면을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 되어 주었다.


"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딱딱한 규범을 만들어놓고, 그 규정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욕구를 드러내면 "나쁜 놈!" "바보!' "이기주의자!" "겁쟁이!" 하고 고함을 지른다.
나의 부족한 점만 끄집어내고, 완벽함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실패는 선명하게 기억하게 하면서 성취나 장점은 무시하게 만든다."
- 51, 52면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게 한 대목이었다. 내가 이룬 성취는 깨끗하게 무시하고 부족한 점만 끄집어 기억하는 데 선수였던 나. 선배님도 그러셨군요...ㅠㅠ
그런 나에게 선배님은 말씀하신다.


"자기 자신을 훈련하는 것과 학대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페이스를 조절하며 나아가는 삶은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지만,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학대하는 삶의 끝에는
자기 파괴적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 85면


채찍질은 간혹 도움이 되지만, 보통은 자존감을 갉아먹고 점점 더 자신을 나약하게 만든다. 그것은 훈련이 아니라 자기 학대라는 지적을 여러 번 곱씹었다. 쉼과 여유를 더 많이 허용하며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나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일임을 깊이 깨달았다.


"열등감 때문에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한없이 낮아지는 사람하고는 교감은커녕 대화를
나누기조차 힘들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태도를
'거짓 겸손'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사람은
삶의 모순과 인간의 복잡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상대가 화라도 내면 어쩔 줄 몰라 하며 얼어 붙는다."
- 86면


삶의 모순과 인간의 복잡성을 아예 알지 못했던 나를 그대로 꿰뚫은 문장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 삶은 말이 안 되는 모순투성이며, 인간은 속속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입체적이고 가변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단 하나의 정답이 있는 줄 알았다. 세상의 지혜나 성공자들의 지식에 쉽게 이끌렸다. 중심은 세우지 못한 채로 온갖 소리를 듣기만 하니 혼란스러웠다. 갈등 앞에서는 쉽게 얼어붙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제 자신 안에 보물을 발견했다. 마음을 지키는 작고 단단한 습관을 다졌다. 그리고 병든 믿음에서 자유로워져 자신을 믿는 사람이 되었다. 어두웠던 그 모든 과정을 통과하고 결국은 "끝까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현재를 사는 자유의 여정은 내 길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으로 다가왔다.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읽으며 생각했다. 자신을 몰아붙이고 벼랑 끝으로 떠밀던 목소리는 자기학대가 아니라 더 잘 살고 싶은 서툰 자기 사랑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비난과 혐오의 가면을 걷어내자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말간 속사람의 얼굴이 드러난 건 아니었을까.


심리 상담을 통해 진짜 자신을 바라보는 훈련을 거치자 자신의 존재와 문제를 직시했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냈을 것이다. 그 숱한 몸부림이 지금의 신부님을 온전히 마주하게 했다. 이 노래처럼 말이다.


"얼마나 우린 몸부림쳐 왔을까
나로서 빛날 때까지
거울 속의 나와 내가
뜨겁게 악수하길"
- 신승훈, 별의 순간


서툴게나마 나를 살리고 싶었던 내면의 목소리를 끌어안기 위해, 나 또한 내 안의 폭군과 대면해야 한다는 걸 안다. 이 책은 그 전투가 결국은 사랑으로 나를 둘러싸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기혐오러 후배'로서 나 역시 선배님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고 싶다. 삶의 모순을 받아들이며, 자기 자신과 뜨겁게 악수하기까지 용기를 내고 싶다. 홍성남 신부님처럼 자신 안의 보물을 꼭 찾아내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그 꿈이 지금, 내 안에서 별빛을 내기 시작했다.



#도서지원 #끝까지나를사랑하는마음 #홍성남신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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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생각 사용법 -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께
카일 아이들먼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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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무너뜨리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하게 하니"
- 고린도후서 10:5


《그리스도인의 생각 사용법》은 그리스도인을 세속적인 패턴에 갇히게 만드는 파괴적인 생각 다섯 가지를 면밀하게 살핀다. 불안, 주의 산만, 분노, 잘못된 쾌락, 절망이라는 '견고한 진'이 더 이상 삶을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생각의 힘'을 강조한다.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복음의 틀' 안에서 하나님이 설계하신 대로 생각을 재건축하는 여정을 펼쳐냈다.


삶을 지배하는 부정적 사고방식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생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틀이 삶을 빚어내고 있다. "우리가 자주 보고 듣는 것들이 우리의 생각을 결정한다. 우리의 생각은 우리의 믿음을 결정한다. 우리의 믿음은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 우리의 행동은 우리의 삶을 형성한다." -70면
근본적인 변화는 행동 교정이 아니라 성경과 과학, 의지적 노력을 결합해 생각과 믿음의 틀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생각 관리가 신앙과 일상의 핵심이었다.


​​하나님이 설계하신 뇌의 기능을 십분 활용하여 생각의 재료를 파악하고 분별하는 방식에 큰 도움을 받았다. 그중 '아침을 주도해, 하루의 방향을 정한다'는 조언은 아침 시간을 흐지부지 보내고 있던 내게 전환점이 되었다.


"우리는 항상 기뻐하기를 원한다.
그러지 않으면 하나님의 뜻을 놓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기뻐할 수 있을까?

아침을 주도함으로 시작할 수 있다."
-315면



아침을 얻는 자가 하루를 얻는다.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은 그날의 생각 기반이 된다. 아침에 성경 읽기와 기도를 우선순위에 둔다면, 우리는 뇌에 하나님 중심의 생각들을 채우는 것이다. 그러면 하루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전히 삶은 힘들고 어려울 것이다.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 중심의 생각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워질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자비와 긍휼을 떠올리며 시작한 뇌는 세상의 패턴에 휩쓸리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종일 정신이 흐트러진 채로 혹은
"스트레스 반응을 촉발시켜 종일 과민한" 채로 살고 싶다면
가장 좋은 아침 루틴은 눈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이다."
-318면


아침에 눈을 뜬 뇌는 델타파에서 세타파를 거쳐 알파파로 변화한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폰을 보면 이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베타 단계, 즉 깨어나 정신이 또렷한 상태가 된다. 소중한 시간들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아침을 시작하고 싶은가?


최신 과학이 밝혀낸 사실을 영적 원리와 연결해서 정확하고 선명하게 "생각의 가치"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영적이면서도 신경과학적인 관점을 동시에 조망하니 창조주 하나님의 크심과 놀라움을 한층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뇌과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 될 것 같다.



《그리스도인의 생각 사용법》은 하나님 중심의 삶으로 나아가는 든든한 동반자이자 하나님과의 동행을 배우는 훈련장이었다. 매일 아침, 하나님의 인자한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내 뇌와 영혼을 그분께 맡기는 여정을 시작한다. 생각을 바로 세우는 일이 곧 신앙의 토대임을 새기며, 오늘 하루의 작은 생각부터 말씀으로 재정립하며 살아가고 싶다.


삶을 삼키려 드는 세상의 웅덩이를 훌쩍 뛰어넘도록 진리로 길을 비춰 주는 책.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서평단 #카일아이들먼 #그리스도인의생각사용법 #두란노 #크리스천 #책추천 #북스타그램 #두란노서평단 #생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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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 인간 - 낮과 밤이 바뀐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생체리듬과 빛의 과학
린 피플스 지음, 김초원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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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 인간》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자연스러운 생체리듬과 햇빛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조명하며 어그러진 일주기 리듬을 회복하는 생활 방식을 제안하는 책이다. 궁금했다. 인간은 식물이 아닌데 "광합성 인간"이라 칭할 만큼 우리에게 빛은 왜 중요할까?


인간은 광합성을 하지 않지만 빛 없이 살 수 없는 존재였다. 우리 몸 안에는 빛이 설계한 작은 시계가 있다. 세포 하나하나에, 위와 피부, 간과 폐에, 다리뼈와 근육에도 똑딱거리며 각자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모든 단원은 자기가 맡은 부분은 연주할 줄 압니다.
생체시계는 굉장히 훌륭한 음악가예요.
하지만 서로를 볼 수 없고, 소리도 들을 수 없고, 지휘자마저 볼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박자가 어긋나서 연주는 엉망이 될 겁니다."
- 48면


몸의 시작과 마지막을 알리는 지휘자가 바로 빛이었다. 인간은 자율적으로 움직인다고 믿기 쉽지만 그 삶의 리듬은 결국 햇빛이라는 외부 신호에 의존한다. 실제로는 매일 아침 햇살 한 줌에 의지해 깨어나고, 저녁의 어둠에 기대어 잠드는 존재였다. 망막이 빛을 감지하면 뇌 속에서 멜라토닌이 꺼지고 코르티솔이 켜진다. 일어나라는 신호다. 빛의 작은 속삭임이 쌓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들이 인생의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세상의 질서에 맞춰 사는 인간을 마주하며 ‘존재의 광합성’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빛을 받고 닫으며 몸의 시계를 맞추는 행위는 생의 리듬을 조율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존재의 뿌리 같았다.


낮의 부족한 자연광과 밤의 과도한 인공빛은 이렇게 중요한 우리의 일주기 리듬을 깨버린다. 이는 장내 미생물 구성에 영향을 미치고, 불면증,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 우울증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우리는 먹고 마시며 에너지를 얻지만 삶의 리듬을 맞추는 질서는 햇빛이라는 외부 신호에 의존한다. 빛이라는 외부 세계의 에너지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란 참 나약한 존재다.


책을 덮으며 물었다. '나는 지금 햇빛과 얼마나 연결된 삶을 살고 있을까?' 작가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배우 차인표는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그날 만날 사람들과 하게 될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나 역시 아침 햇살 앞에서 하루를 새날처럼 시작하는 작은 의식을 만들고 싶다. 오늘 하루 속에서 나를 바로 세우고 세상과 연결되는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일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광합성을 실천할 수 있을까.
오전에 20~30분 집중적으로 볕을 쬐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며, 일몰 후 금식을 하고 인공조명을 낮추기. 해가 지면 몸이 재생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돌보아주기.


작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몸속의 작은 시계는 다시 제 리듬을 찾고,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햇빛에 몸을 내어주는 시간으로 매일매일 더 제 색깔을 빛내는 광합성 인간이 되기를 꿈꾼다.


#도서지원 #서평단 #광합성인간 #린피플스 #다니엘핑크추천 #흐름출판사 #생체리듬 #일주기리듬 #빛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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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의 의미 - 예일대 의대 교수가 가르쳐주는 나이 듦의 철학
셔윈 B. 눌랜드 지음, 김미정 옮김, 임기영 감수 / 생각의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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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의 진짜 의미
삶의 깊이와 성장을 만나다

스테디셀러
《사람은 어떻게 나이드는가》가
15년 만에 복간된 책!

저자 셔윈 눌랜드
전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로
전미도서상을 수상.
퓰리처상과 미국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


의사인데 인정받은 작가이기까지 하다? 평범한 사람인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경지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사실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해박한 의학 지식이 촘촘하게 수 놓이고, 아름답고 정교한 문장이 배경처럼 흘렀다.



저자는 자기다운 삶을 일궈간 다채로운 사례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통찰한 뒤 풀어낸다. 논문에서 발췌해 몇 줄로 요약된 종이 위의 사례가 아니라 우리도 똑같이 지나온 어둠과 환희가 살아 숨 쉬는 인생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반복되는 역경 속에서도 놀라운 열정과 믿음으로 자기 생의 주인으로 살다간 이야기들을 만나 행복했다.



나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기에 이 책의 가치를 알아채고 음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펼치기만 해도 다른 삶을 살아보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나이라니, 나이 든다는 것은 꽤 괜찮은 일 아닌가. 노화의 그림자와 빛을 동시에 들여다볼 줄 아는 지혜가 있다면 나이 든다는 것은 충분히 축복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The Art of Aging>
저자는 노화를 기술처럼 다듬고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여기서 "art"는 예술이라기보다 경험과 훈련, 감각이 필요한 섬세한 기술을 뜻한다. 나이 듦은 수동적으로 당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삶을 다루는 숙련된 방법이자 지혜로운 태도인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노화는 죽음의 전초전도 추락도 아니었다. "삶의 완성"이요, "지혜와 성숙의 기회"였다. 노화한 몸 자체가 지혜와 균형을 요구하고, 질병이나 쇠퇴가 삶의 페이스를 조정한다는 관점에 정말 공감했다. 서서히 스며드는 노화와 그것이 가져다주는 한계는 우리가 지금 가진 것들을 귀중하게 만든다. 사랑, 배움, 가족, 일, 건강, 점점 줄어가는 시간까지 말이다.


"우리는 이 귀한 것들을
더 잘 사용해야 한다는 간절함을 느끼며
이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된다.
새롭게 알게 된 한계들은
쓰임새가 아주 많다."
- 18면


한계의 쓸모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나이 든다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한계의 지평선을 끌어안는 것, 나를 둘러싼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것. 그러한 메시지들을 읽으니 늙어간다는 감각이 나쁘기만 한 건지 진심으로 의아해졌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반성했던 점은 "경력 중심의 정체성"이었다. "나"라는 존재 자체를 보려 하지 않고, 세상에 내놓을 만한 커리어만을 생각하다 보니 늘 숨고만 싶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보이는 것만이 가치있을 거란 생각에 갇혀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의 상당 부분은 자신을 하던 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이런 능력을 써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이 든다는 것의 진정한 교훈이다."
- 136면


어제도 지인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저는 관성에 지배당하는 사람이에요. 하던 대로 하고, 안 하던 건 계속 안 하고, 그 흐름을 거스르는 걸 정말 못해요." 나는 나 자신을 하던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 못 박아 놓고 있었다. 실제로 행동력이나 추진력이 정말 약하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인간은 살아 있는 내내 계속 발달할 수 있다고, 오래 산다는 것은 계속 발달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축복으로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히브리어로 '나이 든'이라는 'zaken'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것은 지혜를 얻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이 들어가는 뇌를 잘 이용해 깊이 있는 자기 인식을 하고, 현명하게 판단하며, 넓고 유연한 관점을 가지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기회가 삶 곳곳에 널려 있다니, 삶이 그런 거라면 나는 끝까지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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