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 - 홍성남 신부님의 인생 구원 상담소
홍성남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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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과 무기력증, 내면의 비판자에게 휘둘리며
자신을 혐오하고 학대해온 저자 홍성남 신부님.
이 책은 심리 상담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솔직 통쾌한 영혼의 회복기였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미워하며, 스스로 가스라이팅 해온 날 선 고백을 읽으며 저자를 신부님이라기보다는 선배님으로 부르고 싶었다. '자기혐오러 선배님!' 나 역시 어린 시절을 비슷한 심정으로 살아왔기에 책의 많은 문장이 내면을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 되어 주었다.


"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딱딱한 규범을 만들어놓고, 그 규정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욕구를 드러내면 "나쁜 놈!" "바보!' "이기주의자!" "겁쟁이!" 하고 고함을 지른다.
나의 부족한 점만 끄집어내고, 완벽함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실패는 선명하게 기억하게 하면서 성취나 장점은 무시하게 만든다."
- 51, 52면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게 한 대목이었다. 내가 이룬 성취는 깨끗하게 무시하고 부족한 점만 끄집어 기억하는 데 선수였던 나. 선배님도 그러셨군요...ㅠㅠ
그런 나에게 선배님은 말씀하신다.


"자기 자신을 훈련하는 것과 학대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페이스를 조절하며 나아가는 삶은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지만,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학대하는 삶의 끝에는
자기 파괴적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 85면


채찍질은 간혹 도움이 되지만, 보통은 자존감을 갉아먹고 점점 더 자신을 나약하게 만든다. 그것은 훈련이 아니라 자기 학대라는 지적을 여러 번 곱씹었다. 쉼과 여유를 더 많이 허용하며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나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일임을 깊이 깨달았다.


"열등감 때문에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한없이 낮아지는 사람하고는 교감은커녕 대화를
나누기조차 힘들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태도를
'거짓 겸손'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사람은
삶의 모순과 인간의 복잡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상대가 화라도 내면 어쩔 줄 몰라 하며 얼어 붙는다."
- 86면


삶의 모순과 인간의 복잡성을 아예 알지 못했던 나를 그대로 꿰뚫은 문장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 삶은 말이 안 되는 모순투성이며, 인간은 속속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입체적이고 가변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단 하나의 정답이 있는 줄 알았다. 세상의 지혜나 성공자들의 지식에 쉽게 이끌렸다. 중심은 세우지 못한 채로 온갖 소리를 듣기만 하니 혼란스러웠다. 갈등 앞에서는 쉽게 얼어붙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제 자신 안에 보물을 발견했다. 마음을 지키는 작고 단단한 습관을 다졌다. 그리고 병든 믿음에서 자유로워져 자신을 믿는 사람이 되었다. 어두웠던 그 모든 과정을 통과하고 결국은 "끝까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현재를 사는 자유의 여정은 내 길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으로 다가왔다.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읽으며 생각했다. 자신을 몰아붙이고 벼랑 끝으로 떠밀던 목소리는 자기학대가 아니라 더 잘 살고 싶은 서툰 자기 사랑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비난과 혐오의 가면을 걷어내자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말간 속사람의 얼굴이 드러난 건 아니었을까.


심리 상담을 통해 진짜 자신을 바라보는 훈련을 거치자 자신의 존재와 문제를 직시했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냈을 것이다. 그 숱한 몸부림이 지금의 신부님을 온전히 마주하게 했다. 이 노래처럼 말이다.


"얼마나 우린 몸부림쳐 왔을까
나로서 빛날 때까지
거울 속의 나와 내가
뜨겁게 악수하길"
- 신승훈, 별의 순간


서툴게나마 나를 살리고 싶었던 내면의 목소리를 끌어안기 위해, 나 또한 내 안의 폭군과 대면해야 한다는 걸 안다. 이 책은 그 전투가 결국은 사랑으로 나를 둘러싸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기혐오러 후배'로서 나 역시 선배님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고 싶다. 삶의 모순을 받아들이며, 자기 자신과 뜨겁게 악수하기까지 용기를 내고 싶다. 홍성남 신부님처럼 자신 안의 보물을 꼭 찾아내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그 꿈이 지금, 내 안에서 별빛을 내기 시작했다.



#도서지원 #끝까지나를사랑하는마음 #홍성남신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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