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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의 의미 - 예일대 의대 교수가 가르쳐주는 나이 듦의 철학
셔윈 B. 눌랜드 지음, 김미정 옮김, 임기영 감수 / 생각의힘 / 2025년 9월
평점 :
나이 든다는 것의 진짜 의미
삶의 깊이와 성장을 만나다
스테디셀러
《사람은 어떻게 나이드는가》가
15년 만에 복간된 책!
저자 셔윈 눌랜드
전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로
전미도서상을 수상.
퓰리처상과 미국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
의사인데 인정받은 작가이기까지 하다? 평범한 사람인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경지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사실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해박한 의학 지식이 촘촘하게 수 놓이고, 아름답고 정교한 문장이 배경처럼 흘렀다.
저자는 자기다운 삶을 일궈간 다채로운 사례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통찰한 뒤 풀어낸다. 논문에서 발췌해 몇 줄로 요약된 종이 위의 사례가 아니라 우리도 똑같이 지나온 어둠과 환희가 살아 숨 쉬는 인생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반복되는 역경 속에서도 놀라운 열정과 믿음으로 자기 생의 주인으로 살다간 이야기들을 만나 행복했다.
나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기에 이 책의 가치를 알아채고 음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펼치기만 해도 다른 삶을 살아보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나이라니, 나이 든다는 것은 꽤 괜찮은 일 아닌가. 노화의 그림자와 빛을 동시에 들여다볼 줄 아는 지혜가 있다면 나이 든다는 것은 충분히 축복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The Art of Aging>
저자는 노화를 기술처럼 다듬고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여기서 "art"는 예술이라기보다 경험과 훈련, 감각이 필요한 섬세한 기술을 뜻한다. 나이 듦은 수동적으로 당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삶을 다루는 숙련된 방법이자 지혜로운 태도인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노화는 죽음의 전초전도 추락도 아니었다. "삶의 완성"이요, "지혜와 성숙의 기회"였다. 노화한 몸 자체가 지혜와 균형을 요구하고, 질병이나 쇠퇴가 삶의 페이스를 조정한다는 관점에 정말 공감했다. 서서히 스며드는 노화와 그것이 가져다주는 한계는 우리가 지금 가진 것들을 귀중하게 만든다. 사랑, 배움, 가족, 일, 건강, 점점 줄어가는 시간까지 말이다.
"우리는 이 귀한 것들을
더 잘 사용해야 한다는 간절함을 느끼며
이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된다.
새롭게 알게 된 한계들은
쓰임새가 아주 많다."
- 18면
한계의 쓸모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나이 든다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한계의 지평선을 끌어안는 것, 나를 둘러싼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것. 그러한 메시지들을 읽으니 늙어간다는 감각이 나쁘기만 한 건지 진심으로 의아해졌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반성했던 점은 "경력 중심의 정체성"이었다. "나"라는 존재 자체를 보려 하지 않고, 세상에 내놓을 만한 커리어만을 생각하다 보니 늘 숨고만 싶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보이는 것만이 가치있을 거란 생각에 갇혀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의 상당 부분은 자신을 하던 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이런 능력을 써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이 든다는 것의 진정한 교훈이다."
- 136면
어제도 지인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저는 관성에 지배당하는 사람이에요. 하던 대로 하고, 안 하던 건 계속 안 하고, 그 흐름을 거스르는 걸 정말 못해요." 나는 나 자신을 하던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 못 박아 놓고 있었다. 실제로 행동력이나 추진력이 정말 약하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인간은 살아 있는 내내 계속 발달할 수 있다고, 오래 산다는 것은 계속 발달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축복으로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히브리어로 '나이 든'이라는 'zaken'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것은 지혜를 얻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이 들어가는 뇌를 잘 이용해 깊이 있는 자기 인식을 하고, 현명하게 판단하며, 넓고 유연한 관점을 가지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기회가 삶 곳곳에 널려 있다니, 삶이 그런 거라면 나는 끝까지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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